NYT 1면 장식한 정유라 사진은 어쩌다 빠졌나…"판갈이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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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reg Hoffman 인스타그램]

[사진 Greg Hoffman 인스타그램]

현지시간 3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내판 1면 톱 기사로 정유라 씨의 체포 소식이 다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실제 뉴욕타임스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지면 서비스를 확인해보면 정유라의 사진이 아닌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지명자의 사진이 실려있다. 때문에 한 때 인터넷 상에선 "포토샵으로 사진과 기사를 넣은 것 아니냐"며 조작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정씨의 체포 소식을 다룬 "어쩌다 한국은 대통령을 몰아내기 직전의 상황에 놓였나(How South Korea Ended Up on the Brink of Ousting a President)" 제목의 기사는 2일 처음 출고됐다. 이 기사가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은 2일 오전 5시 8분. 당시 제목은 "한국에서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경유착에 집중이 모아지다(As Scandal Roils South Korea, Fingers Point to Mixing of Politics and Business)"였다.

[사진 NewsDiffs 홈페이지]

[사진 NewsDiffs 홈페이지]

뉴욕타임스의 기사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인 '뉴스디프(NewsDiffs)'에 따르면, 이 기사는 이후 약 7회에 걸쳐 업데이트됐다. 뉴스디프는 지난 2012년, 저널리즘 혁신에 투자하는 나이트재단과 오픈소스를 지향하는 IT업체 모질라, 그리고 MIT가 함께 만든 서비스다.

이처럼 정씨 관련 기사는 실제 존재하는 기사였고, 지면에도 실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사가 "조작됐다"는 주장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그렇다면, 정씨의 사진과 관련 기사가 차지했던 지면 한 가운데에 어떤 일이 일어난걸까?

1월 3일자 뉴욕타임스 1면. 좌측부터 내셔널 에디션, 뉴욕 에디션, 인터내셔널 에디션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1월 3일자 뉴욕타임스 1면. 좌측부터 내셔널 에디션, 뉴욕 에디션, 인터내셔널 에디션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뉴욕타임스는 크게 3가지 에디션으로 나온다. 내셔널 에디션(미국 전국판), 뉴욕 에디션 그리고 인터내셔널 에디션은 모두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면이 그대로 유료 또는 무료로 공개된다.

현재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지면에 정씨 관련 기사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위치가 하단으로 옮겨져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빨간색 네모). 그리고 그 기사가 있던 자리엔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 이라크 사령관 시절 고문 중단 결정"라는 기사가 실려있다. 이 기사는 당초 우측 톱에 위치했었다(주황색 네모).

그리고, 매티스 지명자의 기사가 있던 자리엔 새로운 기사가 자리잡았다. 바로, 미 하원 공화당이 하원 내 독립적 감시기구인 의회윤리국(OCE)의 약화를 결정한 것을 다룬 기사다.

이는 지난 2일 밤, 미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례적으로 자신의 당을 향해 비난의 소리를 냈고, 당내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도 반대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CNN 등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속보로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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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뉴욕타임스가 소위 '판갈이'를 통해 기사의 배치를 바꿨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제115대 의회 개원 첫날부터 공화당의 이같은 결정으로 하원 내 '삐걱거림'이 발생한 만큼 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통상 신문은 초판을 인쇄해 배포한 후에도 큰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반영해 새로 신문을 인쇄·배포한다. 이를 흔히 '판갈이' 또는 '돌판'이라고 부른다.

뉴욕타임스 관계자는 "소위 '1면 톱'으로 불리는 기사의 자리는 우측 상단"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매티스 지명자 관련 기사 대신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공화당의 OCE 약화 결정을 '톱 기사' 자리에 넣은 셈이다. 한편, 정씨 관련 기사의 작성자인 뉴욕타임스의 최상훈 특파원도 "판을 바꾸는 과정에서 1면의 레이아웃이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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