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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제 토지조사 통해 받은 친일재산도 국가 귀속해야"

중앙일보

입력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얻게 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은 친일재산에 해당해 국가에 귀속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친일파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78)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해승은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으로 한일합병 이후인 1910년 10월 일본으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의 지위인 후작 작위와 함께 은사공채 16만8000원, 한국병합기념장 등을 받았다. 그는 조선총독부가 조직한 전시통제기구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의 평의원 등을 지냈다.

이해승은 개인 빚을 갚기 위해 동양척식 주식회사로부터 박영효ㆍ송병준ㆍ윤덕영 3명의 명의로 자금을 빌리기로 하고 담보로 21년 6월 당시 경기 포천군 일대 토지를 이들 3명 명의로 땅을 받았다. 이후 이해승은 6.25 전쟁 중 납북돼 행방불명됐고, 손자인 이 회장이 58년 실종선고를 받아 이듬해 단독으로 상속을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는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고 재산을 물려받은 이 회장을 상대로 해당 토지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이미 팔아버려 소유권을 넘겨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4만5858㎡를 국가에 귀속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이 결정에 따라 국가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자 이를 말소해 달라며 2010년 소송을 냈다.

1심은 “이해승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아니므로 토지의 국가귀속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판단의 근거가 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반민족행위규명법)’ 제2조7호는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았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했는데, 재판부는 이해승이 친일 행적으로 후작 작위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후 국회는 2011년 해당법 조항 내용 가운데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해 개정했다. 부칙 조항에는 반민규명위가 개정 전 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한 경우도 개정된 규정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2심은 “이해승이 한일합병의 공으로 후작 작위를 받지 않았더라도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한다”며 “사정받은 토지도 친일재산환수법이 규정한 친일재산의 ‘취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이런 2심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 외에도 이우영 회장은 대형 로펌을 고용해 여러 건의 민사ㆍ행정소송을 동시에 진행햇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것은 이번을 포함해 3건이다.

그 중 하나는 이우영 회장이 “조부인 이해승에 대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지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었다. 이우영 회장 측은 “조부는 대한제국 황실 종친으로 후작 작위를 받은 것 일뿐, 식민 통치에 적극 협력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이해승을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지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한일 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행위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같은 날 이 회장이 “친일재산 확인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서도 “친일 재산이 맞고, 환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이우영 회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국가귀속결정처분 취소소송 관련, 법무부의 재심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제소 기간(재심사유를 안 지 30일 이내)을 지나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재심을 청구해야 할 기간에 법무부가 소제기를 하지 않아 각하한 것이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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