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 핵심들의 자성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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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청와대가 양길승 대통령 부속실장의 부적절한 처신의 전말을 뒤늦게나마 밝혀내고 사표를 수리한 것은 다행스럽다.

조사 결과는 梁씨가 청주에서 받은 향응 술값이 당초의 43만원 주장과 달리 2백15만원이며, 선물도 45만원어치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그는 나이트클럽에 대한 탈세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사실이 어떻게 이제서야 밝혀질 수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청와대의 사정기능이 새삼 걱정스럽다.

이것은 이미 한달 전에 지방 언론에 공개돼 민정수석실이 조사를 벌였던 사안이다. 그 당시 조사했던 사정팀은 어떻게 했기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청와대 측은 최근 중앙 언론에 다시 이 의혹사건이 보도된 뒤에도 "언론이 과장보도한다"며 일단 감싸기부터 했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측근이 정밀 조사에 의해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거짓말만 했다는 것은 여간 문제가 아니다. 더욱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청와대 사정팀이 梁실장 등 당사자들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존해 사건을 유야무야했던 점이다.

梁실장의 거짓말 때문이었다고 해도 민정수석실이 그 말만 믿고 넘기려 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러니까 권부 핵심엔 서로 끼리끼리 봐주기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지 않는가.

이 사안에 대한 청와대 측의 평가도 문제가 있다. 민정수석실은 이날 발표에서 "본질에 비해 파문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축소지향적 인상을 주고 있다.

대통령 부속실장이 수백만원어치의 향응과 선물, 호텔방에 여자접대부까지 들여보내는 대접을 받았는 데도 어떻게 그렇게 인식할 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청탁은 듣기만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권력 핵심에 대한 자체 사정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스스로의 도덕성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