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6명 중 1명은 '문맹'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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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치매 환자 6명 중 1명은 글을 읽거나 쓰지 못 하는 '문맹(文盲)'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맹을 퇴치할 경우 치매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십조원 줄어들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3일 문맹 퇴치에 따른 치매 예방ㆍ치매 비용 경감 효과를 추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했다. 치매 발생에 미치는 문맹의 구체적 위험도와 문맹 퇴치에 따른 비용 절감액을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맹 퇴치하면 치매 비용 수십조원 줄어"

치매는 미래의 가장 큰 건강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 공식적인 국내 치매 환자수는 64만명(2015년 기준). 빠른 고령화 등에 따라 2025년에는 100만명, 2043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환자 대부분이 '저학력ㆍ문맹ㆍ고령'이란 3가지 특징에 해당되는 것으로 국내ㆍ외 연구진들은 파악하고 있다. 문맹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반면 문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높다는 사실도 여러 차례 입증됐다.

그렇다면 문맹은 치매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김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치매 환자의 16%는 문맹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지금 65세 미만 연령층의 문맹률을 '0'으로 줄인다면 2050년까지 문맹에 따른 치매 환자 비율은 1.62%까지 감소하고 치매 관리 비용은 약 60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문맹을 퇴치하면 그에 따른 치매 발생 위험이 10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드는 셈이다.

국내 전체 문맹률은 1.7%(2008년)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문맹률은 뛰어오른다. 60대는 20명 중 1명(4.6%), 70대는 5명 중 1명(20.2%)이 글을 읽고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령의 문맹자라면 치매 발생 위험이 한층 더 높아지는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외국도 우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문맹률이 높은 라틴아메리카ㆍ아프리카ㆍ중동 지역 등은 문맹에 따른 치매 발생 비율이 5~70%로 나타났다. 고혈압ㆍ당뇨ㆍ우울증 등 다른 발병 요인(3~20%)보다 위험도가 높다. 이들 지역에서 65세 미만 연령층의 문맹률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2050년까지 수십조원 이상의 치매 관리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김기웅 교수는 "치매 치료제의 효과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에 발병 자체를 억제하는 예방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치매 환자와 가족, 사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문맹자에 대한 구체적인 문자 교육 정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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