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시민공원 잔디밭 멸강충번져 고사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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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강 시민공원 잔디에 멸강충(멸강나방애벌레)이 번창,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께부터 중랑천·안양천등 지류천에서부터 번지기 시작한 멸강충은 27일을 전후해 시민공원 반포지구등 13개지구 2백10만평으로 급속히 번져 지난해 9월 한강종합개발 준공과 함께 조성된 잔디밭 1백16만평의 풀잎을 갉아먹어 뿌리만 남은채 누렇게 말라가고,또 혐오감 때문에 시민들이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시는 이 벌레가 물에 약하다는 점을 감안, 당초 예상대로 지난달 25일께부터 장마가 시작되면 모두 없어질것으로 보고 방제를 늦추다가 더운날씨가 계속되자 더욱 번창하면서 피해지역이 크게 늘어나게된 것이다.
◇피해현장=냄새가 코를 찌르는 생활하수로 오염이 심한 반포천을 끼고 지대가 비교적 낮은 반포지구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공원 전체 「만1천6백90평중 1만2천4백경의 초지에 멸강충이 번져 잎이 누렇게 변했고 낚시터를 비롯, 자전거도로·산책로에까지 벌레들이기에 나와 혐오감을 주고 있을 정도.
시는 이에 지난달 27일부터 뒤늦게 긴급방제에 나섰다가 별효과를 보지 못하자 29일부터 피해가 심한 지역의 잔디를 모두 깎아버려 여름철인데도 푸른 잔디는 간데없이 맨땅만 드러났다.
한정현씨(35·서울반포동)는 『지난달 26일 아이들과 함께 놀러 나갔다가 벌레들이 발위로 시커멓게 떼를 지어 기어오르는 바람에 기겁을 하고 발길을 되돌렸다며 『벌레가 그 지경에 이를 때까지 서울시는 무엇을 했느냐』고 되물었다.
이밖에도 반포지구를 비롯, 잠원·광나루지구와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여의도·잠실지구의 피해 역시 심하고 올림픽대로의 강변목 초지와 도로변에까지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다.
또 같은 잔디라도 잎이 질기고 키가 작은 재래종 잔디보다는 키가 크고 잎이 연한 외래종 잔디(털테스큐·레드테스큐·레이그래스)에 집중 번식, 피해를 주고 있다.
◇멸강충=길이 4∼5cm크기의 녹색에 암갈색띠가 있는 벌레. 벼·보리등 화본과 식물·일반잡초등에 기생하며 잎을 갉아먹고 자란다.
성충(나방)한마리가 마른잎에 1회에 7백개 정도의 알을 20∼30회씩 무더기로 낳아 4∼5일이면 유충이 돼 번데기가 되기까지 25~26일동안 농작물 및 초지에 피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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