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 세계적 소프라노 닐손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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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드라마틱 소프라노 비르기트 닐손의 장례식이 11일(현지시간) 스웨덴 남부에 있는 고향 카루프의 한 교회에서 열렸다. 87세. 닐손이 숨을 거둔 것은 지난해 성탄절. 하지만 친척들은 장례식 직전까지 고인의 죽음을 비밀에 부쳤다.

닐손은 넘치는 스태미너와 숨막히는 고음 처리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드라마틱 소프라노 가수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바그너 전문 가수로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스톡홀름 왕립음악원 졸업 후 리릭 소프라노로 활동하다가 바그너 전문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데뷔한 것은 35세 때인 1953년. 빈 슈타츠오퍼에서 지글린데(발퀴레)와 엘자(로엔그린) 역으로 출연했다.

그녀의 출세작은 '트리스탄과 이졸데'였다. 57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과 5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데뷔 무대에서 이졸데 역을 맡았다. '니벨룽의 반지'의 브륀힐데 역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65년과 67년 각각 게오르그 솔티와 칼 뵘의 지휘로 '반지'의 전곡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 메트에서는 84년 은퇴할 때까지 16개의 배역을 맡아 222회 출연했다. 96년 4월엔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의 메트 데뷔 25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에 초청받기도 했다.

닐손은 평소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유머 감각도 풍부했다. 이졸데 역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편안한 신발만 있으면 된다"고 답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반지'를 지휘하면서 조명을 어둡게 하자 무대 리허설 때 조명등이 달린 광부용 헬멧을 쓰고 나오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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