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태영호 “김정은, 핵보유국 인정받으려 올해 전쟁위기 고조시킬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해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을 보러 극장에 갔다면 의외의 인물이 옆자리에 앉았을 수도 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 탈북해 지난여름 한국에 들어온 태영호(55) 전 공사다. 그도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고 한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본 가장 감명 깊은 영화라고도 했다. 그는 “옆자리 관객이 내가 북에서 온 기득권층이란 것을 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미묘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한 인터뷰에서다. 다음은 문답.

태영호 전 공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와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지만 건강을 잘 돌봐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는 걸 보겠다”고 말했다. 올해 남북 관계는 “긴장이 더욱 고조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태영호 전 공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와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지만 건강을 잘 돌봐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는 걸 보겠다”고 말했다. 올해 남북 관계는 “긴장이 더욱 고조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새해 남북 관계를 전망한다면.
“2017년 남북 간 긴장관계는 상당히 고조될 것이다. 한국의 정치 일정이 변하면서 원래 김정은이 계산했던 시간표는 좀 달라졌을 것이다. (대선) 시기도 앞당겨지고 해서…. 제가 (남한에) 오기 전 (김정은은) 내년 한 해 핵과 미사일 시험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새 정권 (출범) 전에 굳힌다는 계산이었다. 북한은 남한 대선에서 대북제재 무용론의 확산도 꾀할 것이다. 끊임없이 도발을 하면서 전쟁위기론을 고조시켜 ‘저 정권(김정은)은 약이 없으니 뭘 주든지 해서 진정시키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심어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2017년에는 김정은 도발이 더 강해질 것이고 더 긴장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김정은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핵 동결 가능성은 있다. 단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여기까지 왔으니 이를 인정하라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더 이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안 할 테니 대신 5·24 제재조치를 해제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다시 열고, (2000년) 6·15 공동선언 때로 돌아가는 게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반도 정세도 안정되고 남한도 이익이 되지 않느냐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다. 북한은 남북 관계에서 핵·미사일 인정→경제적 지원→6·15 선언 시대로 복귀라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이 절대 핵보유국 인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인정하면 한국과 일본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대만도 핵무장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는.
“북한이 아파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들어갔다. 북한은 지난해 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까지 (평양에) 여명거리 조성을 계획했지만 기한 내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으로 목표 달성을 못한 것이다. 북한은 수해 복구사업에 전력하느라 여명거리 건설이 늦어졌다고 변명하지만 실제로는 대북제재로 인한 물자 부족 때문이다.”
대북제재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질수록 북한의 대응책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이 (유엔 결의안 2321호에 따라)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제한했지만 밀수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중국 단둥(丹東)항에서 출발한 선박이 서해상으로 나갔다가 (위치 파악을 못하도록) 위성송출장치를 끈 뒤 북한 항구에 들어가 석탄을 밀수입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이 수산물 수출 노력을 하는 것도 그렇다.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점점 수산물이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명태 가격도 최근 1㎏에 20~30 달러씩 가격이 올랐다. 북한의 대중 수출품목은 계속 늘고 있다.”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는데.
“현재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북한이 의지할 동맹국이 없어졌다. 북한은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 때 이전과 달리 표 대결을 아예 포기했는데 이는 북한을 지지해 줄 나라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