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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 얽매어 일 그르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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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영복교수〓노대표의「6·29선언」은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야당의 요구도 거의 수용한 용단입니다. 그동안 여·야의 극한대립속에서 정치를 비난해온 사람, 비난적 시각으로 대해온 사람까지도 흡족하게 만드는 획기적 조치로 환영할만 하다는 생각입니 다. 문제는 국민의 시위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니 만큼 해결할 문제가 많은 편인데 과연 그 조치가 순조롭게 여·야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공동모색의 방향으로 진행될까 한편으로는 걱정입니다.
▲김동익목사〓신문배달 소년이 콧노래를 부르며 신문을 돌리기에 물어봤더니『오늘처럼 기분좋은 날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노대표의 특별선언은 그동안 국민의 욕구와 저항이 물리적 힘에 가로막히지 않고 평화적으로 수용된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 선언이 민주주의 발전의 새 전기가 되고 모든 국민이 흔쾌히 민주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읍니다. 이 선언으로 정치가 정치권력이나 관련인물의 전유물로 인식되지 않고 국민이 동참하는 국정, 국민의사에 의해 움직여지는 정치를 이룰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조승형 변호사〓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다행입니다. 여·야가 작년 개헌특위를 통해 오늘 같은 선언을 만들 수 있었다면 그동안의 많은 희생을 줄였을 것입니다. 여대표의 선언이 1백% 통치권자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그대로 실천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선언으로 여·야가 훨씬 부드럽게 서로 아량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며 특히 힘을 가진 여당이 잘 리드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번 선언이 잘 집행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고교수〓이번 특별선언의 의미는 세가지로 봅니다. 첫깨는 야당·야권의 저항운동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 가던 여당이 만회작전으로 나와 이미지를 개선하고 징치권에 대한 오명을 스스로 씻겠다고 용단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둘재는 여당이 자진해서 공정한룰에 의해 야당과 경쟁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있는 일입니다. 이것은 여당이 야당해도 좋다는 기본적 자세가 스며있다는 뜻이며 여당이 이런 각오라면 실질적으로 정권교체의 토양·풍토가 갖춰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세째 소란·항의등의 소용돌이가 혁명이나 돌발사태아닌 대화로 수습된다는 것은 대립투쟁이라도 건설적으로 수용해서 반대입장의 사람들과 한차원 높은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점에서 정치흐름에 진일보된 발자취를 남겼다고 봐야지요.
▲김목사=국민들은 선언의 의미가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일말의 걱정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5공학국 들어「개헌논의는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가 하루아침에 「할수있다」고 한데다 4·13조치로 「개헌논의를 유보한다」고 바꾼후 청와대 영수회담에서「개힌논의 재개한다」고 했고, 이번에 충격선언이 나오지 않았읍니까.
충격선언이 연속되면 신뢰감을 잃게 마련이지요.
이번 노대표의 선언도 민정당의 당내 민주화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읍니다. 또 충격요법으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 되어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대통령후보가 누가 될지 예측이 어렵게 되면 국민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읍니다. 야당도 자체민주적 과정이 생략되는 일이 많아요. 이번 선언을 계기로 여야는 국민의 뜻을 바탕으로 국정을 펼친다는 의식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어야겠읍니다.
▲조변호사=민헌운이 주관한6·10대회와 그에 따른 노대표의 선언에 의해 정국이 국민이 바라는 대로 나아가게 된다면 4O년 헌정사에 획기적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국민운동본부나 학생들 모두 오랜만에 온 여당의 수용적자세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석해가며 적절한 대응을 해야합니다. 야당이나 여당이나 대통령선거등을 통해 서로 낭만을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싸움을 해주었으면 하는게 국민들의 바람입니다.
▲고교수=노대표의 선언이 그동안 계속돼온 사회적 소란을 진정시킬 수 있느냐 하는데는 아직도 몇가지 불안한 점이 있읍니다.
학생들을 만나봤더니 대부분은 「관망해 보겠다」고 하고, 민중혁명을 주장하는 급진파는「아직 불만스럽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게 아니다」고 하더군요.
또 그동안 상층부 주도로 이뤄지던 정치가 이번 선언으로 중산층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수 있으나 근로자등 하층부 주장은 수용되었다고 볼수가 없어요.김목사님 말씀처럼 당내민주화도 없었구요. 이런 점에서 상당수 국민들이 흡족해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세력들을 모두 동참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읍니다.
▲김목사=이제는 개헌안권력구조의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니 민주화를 위한 더 구체적인 방안에 여·야가 뜻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민주화논의 출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우선 언론의 활성화와 인권신장을 외한 정치·권력의 운용입니다. 언론의 활성화를 통해 국정운영, 여·야의 정책개발,대화가 이뤄져야 민주적인 나라가 이룩되며 인권신장이 선행되어야 도덕성·정통성이 세워질 수 있읍니다. 노대표의 선언을 중심으로한 여·야논의는 첫단계부터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 비판 아래서 이뤄져야합니다.
▲조변호사=이제는 거리도 조용해지리라 봅니다. 학생들이나 재야의 요구가 대부분 받아들여진 이상 데모나 시위가 있을 필요가 없지요.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노대표의 약속이 잘 지켜지는가를 감시하는 일 뿐입니다.
▲고교수=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안정을 되찾고 맡은바 일에 전념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소위 운동권 사람들이 여권에 품었던 감정들이 이번 선언으로 상쇄되리라 단정하는건 좀 이릅니다. 여권에 대한 비난의 소리는 과격세럭들에 의해 계속될 것이고 시의도 어느정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중의 호응이 약할 것이란거죠.
반면 야당이 재야·야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야당을 겨냥한 시의도 나타날 겁니다.과격파들은 이번 노대표의 선언을 야당의 힘보다는 자신들의 투쟁의 결과라고 믿고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나누자고 할것입니다. 자연 좀더 과격하고 진보적인 입강을 취해줄것을 야당에 요구하겠죠.
▲조변호사=물론 작은문제도 다중의 힘에 의존하려는 무드는 있을겁니다.
또 민주화된 사회라면 집회와 시위가 어느정도 있는것은 당연하죠. 그러나 시위란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가 중요한 것입니다.우리 국민들의 높은 의식수준에 비추어 4·19이후와 같은 시위만능주의 현상은 결코 없으리라 봅니다.
▲김목사=이번 기회로 우리는 우리국민들의 민주의식 수준이 상당수준에 와있다는 것을 직접 보았읍니다.4·19이후와 같은 전철은 결코 밟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학생시의가 완전히 없어지기 위해선 정치의 문민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그렇게 되면 학생들도 자연 학원으로 돌아가 학업에 전념하게 될겁니다.
▲고교수=앞으로 있게될 선거도 평화적으로 「누가 되든괜찮다」는 생각속에서 치러져야합니다. 선거는 국민모두의 잔치마당이지 죽느냐 사느냐하는 사생결단의 장은 아닙니다.
이같은 분위기조성을 위해서는 선거유세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유권자가 유세장에나가 유세를 듣는 것도 좋지만 TV토론등 언론매체를 활용해 집안에 앉아서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되면 과거 유세장에서 볼수 있던 투쟁무드가 훨씬 완화될 겁니다.
비용문제도 정치자금 헌납을 공식화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돈이 없어도 공개적으로 모금을 해 정치를 할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조변호사=5·16이후 이루어졌던 모든 선거운동의 제한들을 탈피해야 합니다. 입후보자에 대한 제약은 물론이고 선거운동방법에 관한 제약들도 될 수 있으면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이와함께 공정한 투·개표관리가 보강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것입니다.
▲고교수=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야 모두 대통령선거법개정협상에서 너무 작은 것에 얽매여 시간을 끌거나 새로운 정치적 쟁점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야대표가 빨리 만나 공동의 지혜를 짜내 각론으로 들어가야 하며 웬만한 선이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와함께 각 정당은 중간보스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특히 내각제가 아닌 대통렁직선제에서는 각종 압력단체들의 중간목소리 수렴과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김목사=시국사범의 석방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적 이유로 구속된 사람은 모두 풀어주어야 합니다.좌경·용공이다, 파괴행위다 하는 것은 누가 기준을 정하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수 있겠지만 국민 모두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해 풀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고교수=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관용을 베푼다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해야할 겁니다. 그렇다고 전원석방을 한다는건 문제가 있는 만큼 정치적 타협으로 적당한 선을 정해 매듭지어야 할겁니다.
▲조변호사=물증이 있는 용공·파괴분자는 제외돼도 좋지만 소위 막연히 용공분자라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모두 풀어주어야 합니다. 경색된 정국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헌법기관은 사법부밖에 없는 만큼 사법부의 과감한 석방결단을 기대합니다.
▲고교수=어쨌든 노대표의 이번 선언으로 우리는 갈등과 투쟁을 건설적으로 수용해 반대입장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한차원 높은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음니다. 앞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모든 목소리를 한꺼번에 담을 수는 없으니 일거에 처리하려다 졸속을 저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여·야 모두 정치발전을 위한 소중한 토대를 구축한 마당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음 대통령, 다음 국회에 넘기는 여유도 아울러 가져야합니다.
▲조변호사=정말 오랜만에온 기회니까 학생은 물론 모든 국민들은 당분간 인내를 갖고 여· 야 정치인의 협상과정을 지켜봐야 할겁니다. 또 정치인들은 대승적 입장에서 흉금을 터놓고 당리당략을 초월해 지혜를 모으는 참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목사=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번기회로 국민들의 성숙된 의식수준을 확인했다는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참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나가 주기를 기도합니다.
(참석자)
고영복교수<서울대·사회학>
김동익목사<새문안교회 당회장>
조승형변호사

<정리=권익· 이년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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