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군사건 논고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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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실관계=피고인 조한경은 1차 가혹행위 직후 9호 조사실을 나와 14호 조사실에 가서 하종문과 대화를 하다가 담배 한대를 피운 후 수사자료를 가지고 돌아와 보니 피고인들이 2차로 가혹행위를 하고 있었고 느낌이 이상하여 그만하라고 하였을뿐 2차 가혹행위를 지시하거나 상피고인 이정호에게 박군의 다리를 들라고 지시한 사실등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모두 피고인 조한경이 9호 조사실을 나갔다 온 사실이없고, 2차 가혹행위시에도 혼을내라는 지시와 함께 피고인 이정호에게 박군의 다리를 붙잡으라고 지시하는등 현장에서 지휘하였다고 진술할뿐 아니라, 증인 하종문도 피고인이 위와 같이 14호실에 왔다간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있어 이를 믿을 수 없읍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박군의 가슴과 다리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피고인 강진규·이정호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의 폭행사실을 인정할 수 있읍니다.
▲또, 피고인 강진규는 1차 가혹행위시에는 박군의 다리를 잡은 사실밖에 없고, 2차 가혹행위시에는 욕조안에 들어가 박군의 머리채를 잡고 1회 누른후 물이 차가와서 욕조턱위에 올라가 있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이점 역시 피고인들 모두 피고인이 1, 2차 가혹행위시에 욕조안에서 박군의 머리를 물속으로 눌러 넣였고, 1차 가혹행위 직후 피고인 조한경이 박군을 신문하는 사이에 잠깐 욕조턱위에 올라갔다 내려온 사실이 있을뿐이라고 진술하는 점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 하겠읍니다.
▲또, 피고인 이정호는 당 법정에서 자기는 피고인 조한경의 지시에 따라 욕조에 물만 채웠을뿐 가혹행위시에는 14호조사실에서 하종문을 감시하고 있었고, 따라서 현장에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검찰에서 2차 가혹행위시 상피고인 조한경의 지시에 따라 박군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고 자백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의 진술도 모두 이에 부합하고 있으며, 하종문도 피고인이 14호 조사실에 들어온 시각은 범행후인 점심때쯤 이라고 진술하고있어 피고인의 주장은 허위임이 명백하다 하겠읍니다.
◇정상=먼저 피고인들은 북한공산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보위하고 국가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음지에서 어려운 일들을 수행하여온 대공경찰관들 입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여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무를 저버린채 박군에게 가혹행위를 하여 숨지게 하였습니다. 이와같은 피고인들의 소위는 비록 그들이 다년간 대공수사업무에 종사한 공적과 노고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행위나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법의 심판을 받지않으면 안될것으로 사료됩니다.
▲다음 피고인들의 범행가담정도를 살펴볼때 피고인 조한경은 피고인들중 가장 상급자로서 상피고인들에게 시종 가혹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등 범행을 주도하였으며 강진규는 욕조속에서 머리채를 잡고 욕조턱에 눌러 박군이 경부압박으로 사망에 이르게한 직접적 행위를 하였고, 반금곤도 이번 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던 것으로서 모두 범행의 정도가 중한 것입니다. 또, 피고인 황정웅·이정호는 비록 상피고인들 보다는 가담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 하더라도 박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혹행위를 공동으로 행한점에 비추어 그들의 책임역시 중하다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이와같이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가혹행위를 하다가 박군을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온국민에게 분노와 층격을 준 중대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피고인들은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오히려 책임을 줄이기 위하여 서로 자신의 범행을 일부 부인하거나 다른 피고인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등 변명에 급급하고 있읍니다.
▲이와같은 법정태도로 보아 피고인들이 말로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하나 과연 진정으로 그들의 엄청난 범죄에 대하여 참회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한젊은 대학생이 생명을 잃었읍니다. 그리고 그를 뒷바라지하여 온 유족들의 가슴에 평생 돌이킬수 없는 슬픔을 남겼고, 모든 국민들에게 깊은 아픔을 심어주었으며, 나아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커다란 손상을 입게 하였읍니다.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와 제반 정상에 비추어 피고인들은 엄한 처벌을 받아야 마당하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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