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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청문회가 남긴 5대 명장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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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옥중청문회’를 끝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청문회가 마무리됐다.

당초 야권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청문회 증인 사전모의 의혹을 다루는 추가 청문회를 열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조특위 간사는 “여당의 분당 등 외부 변수들이 발생해 추가 청문회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3주에 걸쳐 열린 국조특위 청문회는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별칭을 얻을만큼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을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 전 문화부 차관, 고영태 더블루K 상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측근들이 지난 4년간 벌인 행적들이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최순실씨,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과 국조특위의 준비 부족은 한계로 지적됐다. 청문회에서 벌어진 인상적인 장면들을 모아봤다.

①대기업 총수 8명 총출동

6일 열린 1차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주요 멤버인 그룹 총수들이 증인으로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이렇게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에 나타난 것은 87년 제5공화국 비리 관련 청문회가 열린 뒤 19년만이다. 당시에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이 출석했다. 특히 이날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문은 이 부회장에게 집중돼 사실상 ‘이재용 청문회’라는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대부분의 질문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무성의한 대답으로 일관해 국조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50세도 안된 분(이 부회장)이 이 어른들 앞에서, 그런 발언을 하면 안 돼요“(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의 발언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②최순실ㆍ정호성의 감방 청문회

26일 청문회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옥중청문회 형태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 수감된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두 번의 청문회 동행명령장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한 조치였다. 옥중청문회가 진행된 것은 97년 한보사태 관련 정태수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하지만 최씨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서울 구치소 소장과 최순실 증인 심문에 대한 사항 그리고 최소한 최순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상의를 하고 있는데 완강하다”며 착찹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수감동에 직접 들어가 신문 하는 ‘감방 청문회’를 비공개 진행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비공개 부분을 제외한 옥중 청문회 상황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③우병우ㆍ김기춘의 미꾸라지 작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며 청문위원들의 질문 공세를 빠져나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이란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동영상을 제시하자 “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며 당황하다가 “(최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라고 말을 바꿨다. 검찰 간부 출신인 우 전 수석은 행방을 감추고 청문회 출석 통보를 피하는 편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뒤늦게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한 우 전 수석도 세월호 관련 검찰 수사와 최씨의 국정농단에 관여한 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이날 우 전 수석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우병우 전 수석, 증인으로서 답변하는 자세와 태도가 아주 불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④전국민이 ‘셜록 홈즈’ 활약

[국회방송 TV 캡처]

[박영선 의원실]

이번 청문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민들의 실시간 참여였다. 의원과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쌍방향 소통으로 청문회를 이끌어 갔다. 특히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경재 변호사(최순실씨 변호인)의 관계나 김기춘 전 실장의 최순실씨 인지 여부를 입증하는 동영상 및 사진들을 카카오톡 등으로 제보받아 유용하게 활용했다.

또한 우병우 전 수석이 잠적해 청문회 출석을 피하자 전국 곳곳에서 우 전 수석을 봤다는 제보 등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청문회 출석을 회피하던 우 전 수석은 한 언론에 출석 의사를 밝히고 5차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⑤새누리당 특위위원의 사전모의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청문회 전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 청문회 증인인 최순실씨 측 인사들을 접촉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특히 고영태씨는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새누리당 의원과 증인이 사전 모의한 내용대로 청문회 질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5일 청문회에서는 고씨가 밝힌 내용처럼 진행돼 큰 파장이 일었다. 이완영 의원은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22일 청문회에서 최순실씨의 변호사 등과 만나는 과거 사진이 공개되면서 입지가 축소됐다. 결국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인명진 내정자는 23일 이완영 의원에 대한 징계 방침을 공개선언하기도 했다.

이밖에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청문회 증인 출석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제가 미우시죠?“라고 질문하자 장씨가 ”네. 꼭 뵙고 싶었습니다“라고 대답한 장면도 화제에 올랐다.

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위원장 대행으로 사회를 보던 중 웃음을 터뜨려 ‘박뿜계’라는 별명을 얻는 등 청문회스타로 떠올랐다. 한편 비박계인 장제원, 하태경, 황영철 의원 등은 김기춘 전 실장 등 주요 증인들에 대해 야당 의원 못지않은 날카로운 질의로 눈길을 끌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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