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열려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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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8서울올림픽 회의론이 국제사회에서 분분한 가운데 23일「올림픽의 날」을 맞았다. 학생들이 앞장서고 시민들까지 합세하는 시위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연일 계속되면서 세계매스컴의 눈길이「한국의 불안한 정정」에 모아지고 있는 착잡한 오늘이다.
불난집에 부채질 아니면 그 불에 콩 구워 먹으려드는 야속한 얌체 짓만 같은 동정·우려·조롱·회의의 갖가지 소리들이 여기 저기 서 쏟아진다.
미국의 대통령후보였던「제시·잭슨」목사는 한국민주화 촉진의 압력수단으로 아예 서울올림픽 보이코트운동을 들고 나왔다.
「토머스·브래들리」미 LA시장이「서울올림픽이 불가능해 질 경우 LA시가 대화를 주최할 용의가 있다」고 나서자 서독 체육연맹「한스·한센」회장은「IOC가 선수들에 대한 위험을 이유로 한국과의 올림픽계약을 취소하게 되면 베를린이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깃발을 마저 들고 있다.
물론 IOC는 이 같은 성급한 우려와 회의를 공식적으로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나 만일 지금처럼 민주화를 둘러싼 사실상의「내란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하여 서울 올림픽이 끝내 무산된다면 …. 한국과 한국민은 ….
IOC위원인 김운용씨는『한국은 그 날을「축복받는 나라」에서「저주받는 나라」가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 경제인은「올림픽을 계기로 필요성 한 10년의 도약을 노리던 한국이 오히려 10년이상 퇴보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올림픽이 취소되면 당장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약1천억원 (1억2천만 달러)의 TV방영권·휘장 사업등 선수금을 물어주어야 한다. 이 돈은 조직위가 이미 대회준비사업에 대부분 써버린 것이다. 1천억원은 그나마 원금일 뿐이다. 각국의 방송사나 휘장사업체는 거기다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 배상까지 얹어 국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미리 받아쓴 돈의 환불에 따른 국제분쟁도 예상된다. 또 올림픽 유치 후 개최준비와 관련, 그동안 90%이상의 집행실적을 보이고 있는 2조4천억원 규모의 투자는 어찌될 것인가.
거액을 들인 국제 규모 경기장과 조정경기장·요트경기장등 초 현대시설들은 쓸모가 없게된다. 이들 시설의 대부분 이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의 낭비로 돌아갈 것이다. 경제적 손실은 여기 에그치지 않는 다. 서울올림픽조직위는 약8백억원의 흑자를 전망했다. 관광객이 10만명 가량 더 늘어나 외화 수입이 1억4천만 달러 증가되는 등 6억달러 가까운 국제수지 개선효과도 기대했다. 거기 다 한국 상품의 이미지 개선의 계기 가돼 전자산업의 경우에만 생산 유발액이 2천 억원에 이를 것이란 보랏빛 효과 측정도 나왔다.
각종 신상품 개발에 따르는 설비증설, 신기술보급효과와 더불어 13만명에 이르는 새 일자리가 생겨나고 국민체육과 레저 생활이 한 차원 수준을 높이게 되리 라는 분석도 있었다.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정국불안은 당연히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쳐 국제 수지의 흑자기조를 위협하고 기업의 도산도 속출할 것이다. 국내 소요 사태가 외국에 크게 보도되면서 벌써부터 외국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해 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크고 높은데 있다. 한국과 한계인의 대외신용파탄, 회복 불능의 이미 추락이다. 올림픽 개푀는 세계에 대한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우리내부의 문제 때문에 못 지키게 된다면 우리는 세계로부터「믿을 수 없는 나라, 믿을 수 없는 국민」이란 손가락질을 면할 길이 없다. 그 같은 불신과 경멸은 무역·관광국제교류는 물론 외교·안보에까지 이루 말 할 수 없는 직·간접의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 명백하다. 북의 악랄한 역선전과 모략은 또 얼마나 극성스러울 것인가.
해외에 이주한 교포들까지 멸시와 차별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70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고 반년만에 25만 달러의 배상금을 물고 대회를 반납한 전력이 있다. 올림픽은 아시안게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비중이 크다. 또 88서울올림픽은 특별한 의의를 갖는 대회로 지목됐다. 미소의 정치대결로 연2회에 걸쳐 기록했던 「반쪽대회」의 오점을 12년만에 씻고 서울에서 다시 동서가 화합해 온전한 올림픽의 모습을 회복한다는 기대가 걸려있다. 그런 올림픽을 우리는 포기 할 수 없다. 서울올림픽이나 70년 아시안게임이 모두 국민의 이사 묻는 절차가 생략된 채 유치됐다는 점에서는 하자가 있다. 그러나 70년 아시안 게임을 정부가 멋대로 반납했듯이 대회를 또 어느 누가 마음대로 무산시킬 수는 없다. 무슨일이 있어도 세계의 축복과 선망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만 한다. 그러자면 세계의 이웃들에 불안을 안겨주는 우리내부의 갈등이 활발의 하루빨리 원만히 해결돼 안정과 화합의 모습의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68년 멕시코는 올림픽 유치 후 계속된 시위로 개막을 불과 열흘 앞두고 시위대와 군대가 정면충돌했다. 이 충돌에서 군대의 발포로 2백 60명의 학생·시민이 사망하고 1천 2백여명이 부상하는 참사를 빚었다. 시위는 진압되고 대회는 치러졌다. 그러나 남은 것은 막대한 외채와 국민 분열뿐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64년 동경에 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은 정부와 국민이 일체가 돼 「화합의 올림픽」을 치렀고 결과는 말 그대로「선진도약」의 발판 구축이었다.
우리는 유혈 강압의 멕시코가 아니라 국민 일심의 일본의 전철을 따라야 한다. 국민화합의 지름길은 국민다수의 뜻을 존중하는 것뿐이다. 국민다수의 뜻에 따라 하루빨리 개헌문제를 매듭지음으로써 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없게 하자. 올림픽을 잘 치르기 위해서도 개헌도 민주화도 서두르는 정치를 해야 할 때다. 그래서 내년2월 정통성에의문의 여지가 없는 간의 정부가 들어서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아 축복속에 올림픽을 치러야 한다. 그것이 바로「선진도약」의 길이다. 모처럼 협상에 나서는 여야정치인은 문제를 바로 보고 영단을 내려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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