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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검은 대륙’에서 ‘기회의 땅’으로, 새마을운동 등 소프트 자원 공유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 중 최초로 코트디부아르와 수교를 한 것은 55년 전인 1961년 7월 23일이다. 2011년 남수단이 수단에서 분리 독립해 한국과 수교함으로써 현재 한국은 아프리카 54개국 모두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아프리카를 ‘암흑의 대륙’ 혹은 ‘미지의 대륙’으로 인식하고 있다. 50여 년에 걸친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가진 지역에 대해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을까?


“아프리카, 일어서다”, 경제적 불모지 아닌 기회의 땅수교를 두 나라 간의 정치·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한국과 아프리카의 본격적인 수교는 채 20년이 되지 않았다 해도 큰 무리가 없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는 냉전시대의 산물인 남북대결의 경쟁외교를 중심축으로 전개됐지만, 1980년께 한국의 외교정책이 남북대결 외교의 지양을 포함하는 실리외교로 선회하면서 아프리카는 한국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새천년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대(對)아프리카 해외공적원조(ODA)의 확대와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 공유를 포함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교류가 시작됐다.


경제 교류의 측면에서 보면, 한·아프리카 교류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14년 한국 전체 교역액 1조982억 달러 중 대아프리카 교역액은 180억 달러로 약 1.6%에 불과했다. 아프리카가 원거리에 있다는 지리적 제약 요인이 있기도 하지만, ‘검은 대륙 아프리카’라는 말이 가진 내전·기아·질병·빈곤 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만든 경제적 불모지라는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은 이제 경제적 불모지가 아닌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빠르게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역내 국가 간 분쟁과 내전이 꾸준히 감소해 왔고, 탄자니아·가나·모잠비크·나이지리아 등에서 이루어진 평화적 정권교체 등 정치 분야의 발전은 매우 긍정적이다. 정치적 안정은 경제 발전으로 이어져 경제적 측면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컨설팅 기관인 맥킨지는 아프리카 경제의 약진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사자의 변화(Lions on the Mov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이미 2010년에 발표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희망 없는 대륙(The Hopeless Continent)’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수정해, ‘아프리카 일어서다(Africa Rising)’라는 표지기사와 함께 아프리카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재조명했다.

그림 1

상생발전 도모하는 성장 파트너십으로 나아가야아프리카는 2010년 이후 매년 4~5%의 성장률을 달성해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돌고 있으며, 특히 2013년과 201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이런 사실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그림 1 참조). 또한 중산층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해 2020년 소비지출 규모가 약 1조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경제구조의 다변화는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말해준다. 경제 불확실성의 주원인이었던 1차산업 의존도가 경공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수출 증가와 소매업, 소비재 산업, 통신, 수송 산업 등의 성장으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으며, 역내 투자와 교역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해당 산업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아프리카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아프리카와의 교류 폭과 깊이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프리카 미래 시장성을 인정하고 이를 선점하려는 시도는 미국·중국·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대아프리카 전략 기조를 이미 수정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미국은 아프리카를 통상 파트너로 인정하는 등 아프리카 외교 전략을 수정했으며, 중국도 이미 과거의 ‘자원 외교’에서 ‘무역, 통상, 경제 개발 강화’로 대아프리카 전략 기조를 변경했다. 일본 역시 대규모 투자와 ODA 확대를 통한 아프리카 중시 전략으로 전략 방향을 개정(改定)했다.


이 같은 경쟁구도하에서는 한국 정부 역시 일방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시혜성(施惠性) 외교 자세나 신식민주의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원 중시 외교에서 벗어나, 상생발전과 동반번영을 위한 ‘성장 파트너십(Growth Partnership)’으로 대아프리카 전략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전략적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리스크 요인 높아… ‘소프트 자원’ 활용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한국 기업들의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은 아직 미약하다. 한국 상품의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은 2% 미만이다. 극히 소수의 대기업이 특정 국가와 일부 한정된 산업재 품목만 교역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시장진출 주체와 교역 품목의 다양화가 필요하며, 이는 아프리카의 ‘필요(니즈)’에 부합한다.

2014년 12월 행정자치부와 새마을중앙회가 아프리카 우간다의 은산지군 키테무 마을 옥수수 농장을 방문해 새마을운동 시법사업의 진행상황을 살폈다. [중앙포토]

경제 발전 단계로 보아 아프리카는 앞으로 다양한 품목의 소비재에 대한 욕구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의 총 인구 약 10억 명의 3분의 1을 상회하는 젊은 인구(10~24세)는 2025년 4억4000만 명, 2050년에는 6억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앞으로 아프리카의 다양한 소비재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아프리카 시장이 한국 중소·중견기업에 적절한 시장진출 기회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로 활로를 찾아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사양산업이라 불리던 섬유·의류산업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중소·중견 섬유·의류 제조업체들은 1980년대 이미 동남아 등 해외로 진출해 투자 대상 국가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아프리카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이 중소·중견기업의 진출 적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들이 ‘변모하고 있는 사자’는 아니며, 일부 국가의 경우 내전 위험, 부정부패, 관료주의, 인프라 부족 등 리스크 요인 또한 상당히 높다. 중소·중견기업에 이 같은 리스크 요인은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리스크의 부분 흡수 등 리스크 관리에 공공부문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취약 분야인 정보접근성, 시장접근성, 금융, 인력 등의 분야에서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ODA를 매개로 한 공공부문 교류를 기업의 경제 교류로 이어주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마지막 남은 시장인 아프리카가 기회의 대륙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접근 전략이 단기간의 이익보다 장기적이고 호혜적인 공생번영의 성장 파트너십 패러다임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그동안 새로운 시장 진출 시 다른 나라의 진출 결과를 보고 뒤늦게 시장 진출을 결정하는 패착을 거듭해 왔으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아프리카에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금력과 같은 ‘하드(Hard) 자원’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 등에 비해 열세임이 분명하다. 이 같은 취약점은 국제기구나 브라질 같은 신흥원조국과의 삼각협력을 통해 보완하고, 한국의 경제·산업 개발 경험, 자조·자립·협동 정신에 기반을 둔 지역 개발과 지속 성장 모델의 원형인 새마을운동, 적정기술 등 한국 고유의 ‘소프트 자원’을 아프리카와 공유해 파트너십의 효과성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최고의 기회다.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지금 이른 것은 아니지만, 그리 늦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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