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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 Analysis] ‘깨끗한 인도’ 비전으로 경제 발전, 5년간 1억1000만 개 화장실 신설

중앙선데이

입력

인도 바나라시 갠지스강 가트의 화장실. 인도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도 내 화장실 설치에 힘쓰고 있다.

“공중위생이 독립보다 중요하다.” - 마하트마 간디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68년이 넘었지만 깨끗한 인도를 만들기 위한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 운동은 인도국민당(BJP) 정부가 정권을 잡고 ‘스와치 바라트 아비얀(SBA·SWACCHA BHARAT ABHIYAN)’ 혹은 ‘클린 인디아 캠페인(CLEAN INDIA CAMPAIGN)’이라고 명명하면서 더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SBA는 나렌드라 모디 현 인도 총리가 마하트마 간디의 145번째 생일인 2014년 10월 2일에 시작했다. 이후 간디의 150번째 생일인 2019년 10월 2일 ‘깨끗한 인도’ 비전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클린 인디아, 국가 어젠다빈민 출신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모디 총리는 2014년 독립기념일에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우리의 어머니와 자매들이 개방된 장소에서 용변을 볼 때 가슴이 아프지 않은가? 어두워지기 전까지 용변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빈민가의 여성들은 밤을 기다린다. 제때 일을 보지 못해 신체적으로 고통받고 질병을 앓는 여성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을 위한 화장실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여학생들은 학교에 여자화장실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쯤 공부를 포기한다. 우리의 딸들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독립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모든 학교에 여자화장실이 설치돼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결국 여학생들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모디 총리는 ‘베티 바차오, 베티 파라오(우리의 딸들을 살리자, 우리의 딸들을 교육시키자)’라는 캠페인과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실시해 여성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1.34랙 크로어(약 2조4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1억1000만 개의 화장실을 5년 내에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5년 동안 1.6랙 크로어(약 2조8000억원)를 마련할 계획이다.모디는 뛰어난 마케팅과 보여주기 기술로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널리 알렸고 국내외에서 많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사친 텐둘카, 아닐 암바니, 살만 칸, 프리양카 초프라 등 유명 연예인과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인터넷 네트워크에 공유하고 9명의 친구를 초대하도록 독려했다. 인터넷상에 일종의 체인을 만든 것이다. 모디는 ‘나의 클린 인디아(#MyCleanIndia)’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이를 공유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모디 총리는 재임 초기부터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인도를 경제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모델로 삼았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대외정책이 한국의 산업화를 촉진했지만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뒷받침한 것은 ‘새마을 운동’이었다. 새마을 운동은 근면·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마을별 고유의 공동체 형성을 장려한다. 새마을 운동이 한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처럼 인도도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인도 경제발전의 근간으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클린 인디아 효과모디 총리는 인도의 잠재력을 인구에서 찾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시설이 갖춰지면 경제 활황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첫 번째 과제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고 국민에게 교육과 기술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선 작업을 하고 있는 현재 현실은 만만치 않다.2010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60%가 화장실과 기본 위생시설이 부족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약 1억3000만 가구에 해당한다. 2013년에는 전 세계에서 아동 발육부진이 가장 심한 나라였다. 높은 인구밀도, 야외 배변, 위생시설 부족으로 입을 통해 대장균이 침투하고 성장기 어린이들은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는 소득 수준 증가와 영양 개선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의 절반이 영양실조에 걸린 특이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중앙오염통제위원회(CPCB)의 통계에 따르면 도시 지역 일일 생활폐기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400만t이 길에 버려져 부패된다. 농촌 지역까지 합산할 경우 6800만t으로 늘어난다. 2009년에는 260억L의 폐수가 강에 방출됐다. 같은 해 160억L의 폐수가 4대 대도시(델리·첸나이·뭄바이·콜카타)에서 발생했다. 이는 500개의 1군(Tier-1) 도시에서 발생한 380억L 중 약 절반에 해당한다.2014년 10월 2일 모디 총리의 말에 따르면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 세계보건기구(WHO·World Health Organization)의 통계 결과 인도는 청결과 위생 결여로 매년 1인당 6500루피(약 11만7000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화장실 부족으로 매년 540억 달러의 손실에 해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클린 인디아 등의 캠페인은 국제무대에서의 선진화와 긍정적 국가 이미지 제고 등을 가능케 하고, 인도가 국제 무대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 문제, 환경 문제 등을 제기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클린 인디아 캠페인은 정치적으로도 국민을 하나의 가치 아래 통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종교를 가진 국민을 힌두강성우파 RSS 같은 조직의 이데올로기로 통합하기는 어렵지만 국가를 부강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클린 인디아’라는 기치 아래 묶는 것은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한계모디의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만모한 싱 전 총리의 통일진보연맹(UPA·United Progressive Alliance) 정부가 하던 것을 잘 포장했을 뿐 내용상 큰 차이는 없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모디 정부는 2015년 10월까지 980만 개의 화장실을 증축했는데, 연간으로 계산하면 780만 개로 UPA 정부 시절 860만 개보다 오히려 120만 개 적은 숫자다.도시에서는 2015년 10월 기준 매일 14만5000t의 폐기물이 발생했고 그중 17%만 공정에 따라 처리됐다. 인도의 지방자치단체 7만8660개 중 59%에는 제대로 된 폐기물 수거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320만 개의 도시 개인화장실 신축 계획 중 53만 개만 실제로 만들어졌다. 10만 개 이상의 공동화장실 신축 계획도 실제로 2만7000개를 만드는 데 그쳤다. 즉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인도의 클린 인디아 캠페인이 한국의 새마을 운동처럼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인도의 뿌리 깊은 카스트 체계에서 청소부는 백정보다도 낮은 가장 천하고 무시당하는 직업으로, 아무도 빗자루를 들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사람들이 청결의 중요성을 이해하더라도 실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희망적인 것은 이 캠페인이 특히 8~18세 젊은 층의 많은 참여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캠페인 동참에 자부심을 느끼며 정부에 많은 제안을 하고 있다.클린 인디아 캠페인과 비슷한 UPA 정부의 ‘니르말 바라트 요지나(Nirmal Bharat Yojana)’ 운동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클린 인디아 캠페인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패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깨끗한 인도 만들기의 시급성을 인지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며, 이는 모든 세대가 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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