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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희망을 이야기하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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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2 면

근심 속에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열렸다. 특히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와 비관적 전망이 앞서 근심을 더한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 여파가 우려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7년에 걸친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미국 경제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긍정적인 해석도 나오고, 올해 서너 차례 더 올리더라도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신흥국의 자본 유출을 불러와 일부 취약한 국가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들의 재정 위기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역시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에는 악재다.


 내부적으로는 빚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00조원(한국은행)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만 500조원 규모다. 공공부채도 1000조원(기획재정부, 2014년 기준)에 육박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6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지만 1년 만에 6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속도가 문제다. 부채가 많아 영업이익으로 은행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일명 ‘좀비기업’이 2500개가 넘는다. 급속한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올해 3704만 명을 정점으로 내년부터는 줄어들 전망이다. 통계청의 공식 청년(15~29세) 실업률은 8% 수준이지만 50여만 명의 취업포기자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20%를 넘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면서 2017년 위기설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2008년 9월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경제 전망이 장밋빛이었던 적은 없었다. 늘 어렵고 위기라고 했지만 한국 경제는 난관을 헤쳐 왔다. 휘청거릴지언정 뿌리째 뽑히지 않는 생명력 강한 국민성 덕분이다. 예년과 비교해 보면 올해는 기대해 볼 만한 구석이 없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3.1%던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3.6%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엔과 OECD도 비슷한 전망치를 내놨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 회복이 더딘 편이지만 미국이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중국이 국내 소비 진작을 통한 ‘신창타이(뉴 노멀)’를 추구하는 것도 레저·엔터테인먼트 분야엔 새로운 기회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이 7.9% 감소한 가운데서도 화장품 수출은 50% 이상 증가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판을 짜는 것이다. 이 점에서 국회와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이 시급하다. 재정건전성을 들어 우리나라에 사상 최고 수준의 국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무디스가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개혁이 후퇴하고 공기업을 포함한 정부 재정이 악화되면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새해다. 해 보기도 전에 안 될 것이라고 주저앉을 이유가 없다. 마거릿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속 스칼렛 오하라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라는 독백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부각했다. 절망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어두운 맘으로는 어두운 면만 보인다. 지금은 밝은 면을 먼저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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