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애 키우기 힘들어…베네수엘라 여성의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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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상점에 `100볼리바르 지폐 오늘까지만 받는다`는 메모가 붙어 있다.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 100볼리바르 지폐 대신 고액권(500~2만 볼리바르)이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자 부족 또한 심각하다. [로이터=뉴스1]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상점에 `100볼리바르 지폐 오늘까지만 받는다`는 메모가 붙어 있다.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어 100볼리바르 지폐 대신 고액권(500~2만 볼리바르)이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자 부족 또한 심각하다. [로이터=뉴스1]

경제 위기 때문에 불임 수술을 받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치안이 불안한 상황이라, 가톨릭 국가인 베네수엘라의 젊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최대 가족계획 전문 클리닉인 플라팜(PLAFAM)의 조사에 따른 결과다. 플라팜의 의사 엔리케 아바체는 “불임 시술을 받는 여성이 4년 전에 비해 23%나 증가했다”며 “금융 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해당 병원에서 불임 수술을 받는 여성은 1주일에 30명 꼴이다.

둘째를 낳자마자 불임 수술을 받은 한 여성은 인터뷰에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불임 수술 비용은 1500달러 (180만원)정도로 무척 비싼 편이라, 정부나 비영리단체의 지원 프로그램이 몇 달 전에 신청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베네수엘라의 물자 공급은 현재 심각한 상황이다. WP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분유나 기저귀를 구할 수 없어 암거래 시장을 이용해야 하고, 피임약이나 콘돔을 구하기도 어려워 SNS에 불법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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