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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계 드러낸 부실 청문회 ··· 특검이 진실 캐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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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순실 국정 농단’ 규명을 위한 1~5차 청문회는 최순실씨 등 핵심 증인의 오만한 출석 거부, 참석 증인의 뻔뻔한 부실 답변, 조사특위 국회의원들의 허술한 준비로 초라한 성적을 낸 채 막을 내리고 있다.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 등 국정 농단의 장본인과 공모 의혹의 증인들은 동행명령장까지 거부하면서 청문회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출석한 증인들은 교묘한 변명이나 무작정 부인하고 보자는 식의 모르쇠 작전으로 버팀으로써 일말의 양심과 진실을 기대하던 국민을 분노케 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최순실의 존재를 모른다”고 했는데, 그들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직자였는지 그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의 진술이 옳다면 국민은 ‘유령의 국정 농단’에 춤추며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간 바보인 셈이다.

초라한 성적의 청문회 마무리 단계
위증, 위증교사는 범죄로 수사해야
국정 농단, 농단 실체 파악은 성과

증인들의 몰염치는 자기보호를 위한 생존 본능이라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사안의 핵심을 관통하는 예리한 추궁으로 진실을 캐내려는 의원들의 노력은 크게 모자랐다. 강제 수사권이 없어 한정된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청문회에 임하다 보니 다소 부실할 수밖에 없는 한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뻔한 질문과 훈계, 호통으로는 ‘부정’과 ‘부인’ 외에 의미 있는 증언을 끌어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제 5차 청문회에 나온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새로운 사실을 전혀 밝혀내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일부 증인과 입을 맞췄다는 위증교사 의혹은 청문회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중대 범죄라는 관점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 돼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예전의 것으로 보이지만 이 의원이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와 함께 술자리에서 찍힌 사진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며, 이번 청문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조사돼야 한다. 또한 위증 증인에 대해선 반드시 국회 모독죄로 고발해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받도록 역사적 선례를 세워야 한다.

몇 가지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그룹 총수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 출연에서 청와대의 강제성을 시인했고,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최씨에게 장관 후보를 추천하면 그대로 됐다”며 최씨의 국정 농단 사례를 폭로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선 시술을 확인했으며, 증언 조작을 시도하는 최씨의 육성이 공개됐다. 청와대의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도 제기됐다. 국조특위는 26일 최씨 등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6차 현장 청문회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모든 활동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 규명은 이제 특검의 몫이 됐다. 의혹 해소를 기대했던 국민의 답답함과 실망을 ‘사이다’처럼 속 시원히 풀어주길 특검에게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