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허리띠 졸라 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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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납세자인 국민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 맬것을 당부하고 싶다.
지난 5월31일로 정부 각부처의 내년도 예산요구액을 마감한 결과 올해 예산보다 무려 39.2%가 늘어난 21조6천6백53억원으로 집계되었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여유가 많으면 풍족한 예산을 편성, 국민생활의 질도 높이고 경제를 더욱 튼튼히 해주는데 이의가 있을수 없다.
그러나 우리 사정은 그렇지못한데 문제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산 팽창요인을 충분히 감안해도 정부 각부처의 예산요구액은 지나친 감이 있다. 물론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이같은 요구액이 충분히 감과되겠지만 정부 각부처에서 대폭 증액을 요구한 사실 자체만도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우리 경제를 너무 낙관하고 있는것 같다.
내년도 예산에 팽창요인이 많다는 것은 이해못하는바 아니다. 우선 내년에 선거가 있고, 농어촌 의보의 전면 실시에다가 국민연금제를 포함해 각종 사회복지 수요가 증대할 뿐만 아니라 경제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농어촌 개발, 올림픽, 사회 간접시설 확충등 지출폭을 감안할때 그렇다. 이밖에도 산업구조 조정, 민생안정등 재정지원도 모두 정부의 씀씀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세출 예산은 세입을 기초로 편성되어야하는데 재정전망으로보면 세입 사정에 어려움이 뻔히 내다 보인다. 경기가 계속되어 일반세수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원화 절상과 관세인하등에 따른 관세감소, 유가반등에 따른 각종 원유 관련기금과 관세징수 감소, 부실기업 정리에 따른 조세감면등 재원확보가 불안정하다.
정부 각부처의 예산 요구대로라면 적자재정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더구나 당면 최대의 현안과제는 국제수지 흑자에 따른 인플레 압력이다. 그동안 다져온 안정은 지난해부터 주로 국제수지 흑자에 따라 올해부터 물가불안이 높아가고 이같은 사정은 내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올해 물가를 잡기 위해 재정·금융·무역·환율등 가능수단을 총동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올 물가 억제목표선 도매1∼2%, 소매2∼3%선을 이미 넘어섰다. 가계·기업측에는 물가 진압을 위해 임금인상 억제, 경영수지 악화등 희생을 인내토록 하면서 정부는 재정절제를 안하겠다는 식이다.
올해 계획한 총 통화증가율 18%선 억제가 어렵고 인플레 기대심리가 아직도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이 크게 팽창하면 물가위협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내년도 예산은 특히 지출쪽에서 긴축으로 짜 불요불급한 신규사업은 뒤로 미루고 필요하다면 계속 사업까지도 축소토록 해야하며 재정에서 통화팽창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긴요하다. 현실 경제여건을 감안하여 정부가 긴축과 재정절도의 의지를 예산에서 솔선하여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난국을 푸는데 국민들의 협력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올해 예산증가율 12.7%에 이어 내년 예산증가율이 크게 높아지면 국민들에게 검약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다.
이 기회에 매년 예산 편성때면 되풀이되는 「으레 깎일것으로 알고 밀어 보는 식」 의 무책임한 예산요구 타성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이번 각부처 예산 요구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경제적이고 효율적 예산편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 정부는 기구확대보다는 기존 조직의 개편과 적절한 활용을 통해 예산을 절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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