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협회장 선거, 업계 환골탈태의 계기가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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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다들 걱정이 태산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협회가 해줄 일이 많은데, 선거니 뭐니 하다 보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중견 건설사 A건설 회장)

7200여개 건설사를 회원으로 둔 대한건설협회(이하 건협)가 오는 29일 차기(27대) 회장을 뽑는다. 이번 선거에는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과 유주현 신한건설 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협회장 선거는 9년 만에 경선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현 최삼규 회장은 25대 때 선거 없이 추대된 뒤 26대 때도 후보 단일화로 연임했다. 그런데 건설업계에서는 새 수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듯하다. 특히 선거가 과열돼 업계 내 갈등이 커지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다.

후보 추천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건협은 안 그래도 최근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를 대변해야 할 법정단체이지만 사실상 협회를 주도하는 몇몇 업체의 이익 집단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인지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주택과 해외건설 분야에서 다른 단체의 역할은 커지는 반면 건협의 영역은 공공사업 정도로 축소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취합하면서 주택협회나 해외건설협회 같은 다른 연관 단체를 더 자주 만난다. 협회장이 건설단체총연합회장을 겸임하는 여러 건설단체의 상위 단체이면서도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A건설사 임원은 “건설사엔 ‘주민등록’과 같은 시공능력평가 권한을 쥐고 있어 회원과 자금력을 유지할 뿐 업계를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건설산업의 내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내년 주택시장의 부침이 예상되는 데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마저 줄었다. 내년 SOC 예산은 400조5000억원으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내가 어려우면 해외로 나가야 하지만 저유가로 인해 중동시장은 예전 같지 않고 다른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43억 달러로 10년 만에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밑돌 전망이다. 고점이던 2010년(715억 달러)의 3분의 1, 지난해(461억 달러)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낡은 건설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에 업계의 전반의 입장을 전달하는 건협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업계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내부의 쇄신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의 걸림돌인 업역 간, 대형-중소 업체 간 갈등 해소도 더 이상 미루지 못할 숙제다. 건협의 이번 선거가 업계 갈등의 반복이 아닌 건설산업 환골탈태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함승민 경제기획부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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