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역·생각비슷한 경제트로이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5·26」 개각과 그 후속인사로 경제팀내에 새로운 트로이카 체제가 구축돼 주목을 끌고 있다. 경제정책의 줄거리와 방향을 잡아가는데 영향력이 큰 주요 포스트에 경력과 생각이 비슷하고 교분이 두터운 세사람의 경제학박사가 포진했기 때문이다.
사공일재무장관 (전 청와대경제수석)과 박영철청와대경제수석 (전 KDI원장), 구본호KDI원장 (전 한양대대학원장)이 그들로서 이들은 남덕우 전부총리 (현 무협회장), 고 김재익청와대경제수석, 김만제전부총리로 이어지는 관변「이코노미스트」의 인맥을 잇고 있다.
새 경제팁의 구성이나 정인용부총리의 리더십·스타일등으로 미루어 이들 세 경제학자들의 역할이 당분간 돋보이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사공장관은 3년7개월간 경제수석으로 있으면서 경제정책의 줄거리를 잡아온 장본인이고, 신임 박수석은 비록 행정경험이 없긴 해도 경제수석이라는 자리 자체가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있다. 또 그간 금발위·세발위·교개위등에 발넓게 관여하며 정책과 이론의 「접목」에 경험이 많은 구원장이 KDI를 맡게됨으로써 정책 뒷받침에 많은 기여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미국에서 학위를 딴후 그곳 학계나 국제경제기구에서 활동하다가 귀국, 앞서거니 뒤서거니 KDI의 요직을 거쳤고, 특히 금통위원으로 임명되는등 금융관계 일에 깊게 관여해 왔던 인물들이다.
사공장관과 구원장은 경배중 동문이고 (구원장은 경배중 졸업후 경기고에 진학), 사공장관과 박수석은 서울대상대 동기동창, 박수석과 구원장은 미미네소타대에서 함께 공부했고 귀국후 금통위원에 함께 임명되었었다.
또 구원장이 KDI부원장 시절 사공장관은 KDI의 수석연구원을 거쳐 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모두 당시 고려대교수였던 박수석과 각별한사이였다.
사공장관과 박수석은 두사람 다 금융분야 전공이고, 구원장의 전공은 국제경제쪽이나 금통위·금발위등 금융관계 일에 주로 관여해 왔다. 이들은 모두 김만제전부총리와 인연이 깊다.
김전부총리가 KDI원장시절 구원장이 처음 KDI에 발을 디뎌 호흡을 맞췄고, 김전부총리와는 경배중·고 선·후배 사이인 사공장관도 구원장보다 2년 늦게 KDI에 합류했었다.
또 박수석과 구원장이 나란히 금통위원에 임명되었던 것은 당시 강경식재무장관에게 김만제한미은행장이 적극적으로 학자 출신의 금통위원 임명을 권유, 천거한 때문이었기도 하다.
이같은 오래된 인연이 있으니만큼 사공장관과 박수석·구원장이 긴밀한「협조체제」를 구축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수 있는 일이다.
이들은 특히 장·단기적인 금융산업 개편방안에 대해 비슷한 구상등을 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점진적인 개방 필요성을 인정하는 개방론자 그룹에 속한다.
통화운용을 놓고는 사공장관이 촘통화(M₂)지표의 의미가 예전보다 못하더라도 역시 총통화 중심의 통화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박수석은 총통화 지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또 이들은 경제정책의 입안·집행과정에서 원리원칙을 고수하기보다 「현실」을 비교적 많이 감안하는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어쨌든 오래 전부터 서로 「호흡」이 잘 맞아온 세사람의 경제학박사가 팀웍을 살려 당분간 「삼두마차」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총리는 중앙집권적이기보다 분권적인 스타일이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의를 통해 결론을 끄집어내는식으로 경제팀을 이끌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이들 새로운 트로이카가 입김을 강화할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 중책을 맡은 정부총리와의 「역학관계」도 자못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이러한 팀 컬러를 감안할때 이들의 긴밀한 협조 관계가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상에서의 「효율」 을 크게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지만, 관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공통점이 많고 친분이 두터운 이들의 「독주」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