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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오닐이 말한 영국과 비올라

중앙일보

입력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6)이 4년 만에 새 음반을 냈다. 브리튼ㆍ월튼·브리지 등 영국 작곡가들의 비올라 작품을 모아 음반을 냈다. 주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있는 작곡가들의 음악이다. 때문에 약간은 난해하고 귀에 익지 않다. 더군다나 비올라라는 일종의 ‘비주류’ 악기로 연주하기 때문에 더욱 생소하다.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닐은 “나도 13세쯤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을 들었을 때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바이올린에 비해 소리는 어둡고 불협화음도 이상했다. 하지만 계속 들으면 들을수록 끌리는 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별로 주역이 아닌 비올라를 연주하면서 대중에게는 가장 인기있는 클래식 연주자가 된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이번 음반을 보면 그 비결을 조금 알 수 있다. 오닐은 “월튼의 작품은 내가 들은 첫 비올라 곡이었다. 계속 들을수록 놀라운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어려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그가 비올라로 악기를 바꾼 것은 이처럼 비올라의 특별한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는 그가 발견한 매력이 담겨있다.

이번 앨범의 제목은 ‘브리티시 비올라(British Viola)’다. 영국의 분위기는 오닐이 보는 비올라의 매력과 맞닿아 있다. 그는 “비올라를 독주 악기로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한 작곡가가 거의 영국 사람이었다. 또 안개ㆍ비와 같은 나쁜 날씨, 신비로운 영국 시골의 분위기가 비올라의 정신과 잘 어울린다”며 “대조적으로 캘리포니아나 하와이를 떠올려보면 비올라 음색이 영국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은 클래식 앙상블 ‘디토’의 10주년이다. 젊은 남성 클래식 연주자들이 모여 2007년 만든 이 그룹은 그동안 국내 클래식 흥행사를 다시 썼다고 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일종의 ‘클래식 아이돌’이었다. 오닐은 창단 때부터 이 그룹의 리더다. 비올라는 실내악에서도 중심에 있는 악기라곤 할 수 없지만 그는 긴 무대 경험과 국제 인맥, 프로그램 능력으로 디토를 이끌고 있다. 오닐은 “시작은 젊은 음악가들이었고, 이들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좋은 경력을 쌓고 있다. 내년부터는 세계의 좋은 음악가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내 경험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닐은 내년 2월 1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영국 레퍼토리로 공연을 열고 6월에는 디토와 시리즈 공연 무대에 오른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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