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대화부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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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13조치, 박군 사건등으로 경색된 정국을 풀기위한 여야간 대화가 조심스레 모색되고 있다. 민주당의 금영삼총재는 6월10일 민정당전당대회 이전이라도 노태우대표를 만날 용의가있다고 밝혔고, 민정당측도 기피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금명간 실무자의 예비접촉이 이루어질것도 같다.
물론 현재로서는 대화를 한다고해서 난국을 풀 돌파구가 쉽사리 마련될것 같지는 않다. 여야가 대화의 의제로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있기 때문이다.
민정당은 4·13조치의 기정사실로 받아 주기를 야당에 요구하고 있고, 民主黨은 4·13조치 및 6·10전당대회의 취소를 대화의 전제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개헌논의가 한창일때도 대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여야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과연 대화를 성사시킬수 있을 것인지, 설혹 그것이 된다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의문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대화의 전망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여야가 서로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게된 여건의 변화가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도 안될 것이다.
민정당은 지금 대통령후보를 선정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대회를 무사히 치르려면 박군 사건의 충격과 부담을 하루 빨리 정리하고 털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더우기 「5·26 개각」으로 노대표의 여권내 위치는 상당히 격상되었으며 그만큼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
김총재와의 대화용의 표명은 민주당의 빈재를 공식으로 인정한 것이며 그것은 여권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융통성 표현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편 야당은 박군 사건의 「제2파」가 닥치기 전만해도 수세의 입장이었다. 통일정강 시비는 그렇다치고 당사하나 구하지 못한 사정은 야당의 곤경을 한마디로 나타내 주고 있다.이런 형편에서 장외투쟁등 격렬한 반발을 보일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까지 여겨졌다.
여야가 상대방을 몰아 붙이기만해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도끝도 없는 대치상황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엄청난 피해를줄 뿐이다.
여야가 뒤늦게나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그런 뜻에서 우선은 다행스럽다.
대화란 하고자하는 의지만 있으면 진전을 보게 마련이다. 뿌린것만큼 거둬 들일수 있다는 것은 정치의 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당리당략만을 위해, 또는우선 급한 발등의 불이나 끄기 위해 시늉이나 하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여야가 추진하는 대화노력이 제발 전시용이 아닌 실질적인 진전을 전제로 한것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여야를 불문, 각기 내부에는 대화를 기피하는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다. 힘으로 밀어 붙이면 안될 것이 없다고 보는 시각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여권안에도, 야권안에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건 힘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은 누구보다 국민이 원하는바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적과의 대화도 해야하는 법인데 정당끼리 대화조차않고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허심탄회한 대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은 잘 안다. 게다가 불신의 벽은 높고 감정의 앙금마저 깊은 마당에 첫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하기는 물론 어렴다.
그러나 말도 않고 등을 돌리고만 있으면 여건 야건 끝내는 국민의 버림을 받고야 말 것이다. 지금은 무조건 대화의 실마리를 열어야 할 때다. 그것만이 정치인들 서로가 사는 유일한 길이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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