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0개 구멍이 미세먼지 잡아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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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경철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 수석연구원이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360°’의 클린부스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품 상단의 클린부스터가 구석까지 정화된 공기를 보내준다. [사진 LG전자]

조경철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 수석연구원이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360°’의 클린부스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품 상단의 클린부스터가 구석까지 정화된 공기를 보내준다. [사진 LG전자]

“여기 이 구멍들 보세요. 처음엔 금형 센터에서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LG ‘퓨리케어’ 만든 조경철 연구원
금형작업 어려워 손으로 디자인
국내 최대 28평형 공기청정기 개발

최근 출시된 LG전자의 신제품 공기청정기 ‘퓨리케어 360°’는 아래로 갈수록 조금씩 넓어지는 원통 두개가 위아래로 포개진 모양이다. 원통 아래는 미세한 구멍이 촘촘히 뚫려 벌집같은 모양이다. 1m 남짓한 제품에 난 구멍이 7900여개. 금형 센터가 “안 된다”고 한 건 독특한 모양 때문이다. 원통 위아래 직경이 다르니 구멍 간격을 똑같이 배치하는 것도, 금형을 찍어내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제품 디자인을 맡은 조경철(43) H&A디자인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작업’을 택했다. 같은 팀 한유정 주임과 함께 손으로 구멍을 하나하나 그렸다. 디자인을 완성해 금형 센터에 실물 모형 제작을 의뢰하고, 모형을 보며 구멍을 다시 배치하기를 3개월. 중간중간 눈꽃 결정이 흩날리는듯한 느낌의 디자인이 완성됐다. 이 구멍을 통해 모든 방향에서 공기를 빨아들인다는 컨셉 때문에 ‘퓨리케어 360°’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 수석은 “입사한 뒤 19년 동안 냉장고·세탁기 등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했지만 이렇게 모형을 많이 만들어본 제품은 처음”이라며 “10개가 넘는 모형을 만들었고, 그만큼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퓨리케어는 LG전자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건강관리 브랜드다. 공기청정기와 프리미엄 가습기, 정수기 브랜드를 ‘쾌적하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묶었다. 조 수석은 2014년 말 공기청정기 디자인을 맡기 시작해 퓨리케어 출시 작업에 참여했다.

‘퓨리케어 360°’의 최대 용량은 28평형. 국내 제품 중 청정 면적이 가장 넓다. 대형화는 공기청정기 시장의 트렌드다. 거실과 주방이 사실상 연결된 한국 아파트에선 거실 크기만 따져 청정기를 들여선 안된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문제는 아무리 필터 양을 늘려도 집 한쪽 구석에 놓인 청정기가 집안 구석구석의 공기를 걸러주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이 제품이 상단에 공기 순환기인 ‘클린부스터’를 채택한 건 그래서다.

선풍기보다 더 강하고 곧게 뻗어나가는 바람으로 정화된 공기를 구석구석으로 보내준다는 설명이다. 조 수석은 “클린부스터를 사용하면 여름엔 에어컨 바람을 빠르게 퍼뜨릴 수도 있다”며 “냉난방 효율이 높아져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공기청정기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무궁무진한 성장성이라고 말했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모든 집에 최소 한 대씩 있지요. 하지만 공기청정기는 아이가 있어야 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앞으론 공기 오염이 심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이 될 겁니다. 그만큼 성장세도 무서울 거구요.” 그는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의 성수기가 따로 없을 정도로 연중 고객 관심이 몰리고 있다”며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마음으로 더 세심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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