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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부산 기관장 모임 로비에 활용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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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운대 엘시티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청안건설 이영복(66) 회장이 부산 지역 검찰·법원 기관장 등 유력 인사들의 모임인 ‘부산발전동우회’에 올 초 가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회장이 이 모임을 정·관계 로비 창구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장·지검장·법원장 등 회원 33명
올해 초 회장에게 부탁해 가입
기관장들 “사적으로 만난 적 없다”

16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발전동우회는 부산시장·부산지검장·부산지법원장 등 기관장 8명과 지역기업인 25명 등 모두 33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전·현직 회장이 주도해 2008년 만들었다. 주로 분기별로 모이는데 올해는 3월과 9월 두 차례 모임을 했다. 3월 모임에 기관장은 강민구 부산지방법원장, 황철규 부산지방검찰청장 등 4명이 참석했다. 기업인들은 20명가량 모였다. 9월 모임에는 기업인 15명 정도만 모였고 이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부산발전동우회 회장과 간사에게 모임 가입을 요구해 회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S기업 이모(70) 회장은 “회장·간사 등 회원들이 누군가를 추천하면 심사를 한 뒤 전원 동의해야 회원이 된다”며 “이 회장은 부산에서 엘시티 사업을 크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찬성했다. 이때는 부산동부지청이 엘시티 시행사에 대해 내사를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기관장들은 이 회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며 사적 관계를 부인했다. 강민구 부산지방법원장은 “이 회장이 올해 초 가입한 사실을 회원들에게 고지하지 않아 몰랐다”며 “이 회장과는 공적·사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황철규 부산지검장 역시 “이 회장과 사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다. 엘시티 수사는 일체의 고려 없이 원칙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한 번씩 모임에 나갔지만 그때는 이 회장이 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다. 기업인들이 모임 참석을 요구해 두 번 모임에 나간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회장이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모임을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7월 부산상공회의소가 이 회장의 탄원서를 작성하려다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역 비리를 감독해야 하는 기관장들이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역 기업인들과 친목단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인들의 사적 모임에 검찰·법원·경찰 고위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필요한 의혹을 산다”며 해체를 주장했다. 부산발전동우회는 오는 20일 연말 모임을 갖는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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