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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무기 사찰 받을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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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 강경파 정권들이 납작 엎드렸다. 미군의 이라크 주둔이 장기화되고 중동 내 미국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강경노선을 걷던 리비아가 서구에 한층 부드러워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지정한 7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있던 시리아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격렬히 비난했었으나 최근에는 미국이 자국 영토를 침범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온건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리비아 카다피의 입장변화=중동.아프리카의 반미운동을 주도하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이 3일 "이 나라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국제 사찰단의 방문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카다피는 이날 방영된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국제사찰단이 생물무기 혹은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리비아의 공업단지들을 방문하도록 초청할 의사가 있다"며 "이것은 나의 제안이고 나는 이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리비아는 모든 극단주의자들과 과격 이슬람 운동에 반대한다"고 말해 과거에 비해 훨씬 유화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34년 동안 리비아를 통치해 온 카다피는 인터뷰에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너무 늦게 발견된 '암'에 비유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슬람 세계 수호의 상징으로 부각됐는데 미국이 그를 '성자'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은 '공동의 적'인 알카에다를 뿌리뽑으려는 미국의 노력에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 추구로 돌변한 시리아=이라크전 당시 미국은 시리아에 "대이라크 지원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수차례 발했다. 이에 대해 시리아는 '이라크를 지원하고 있지 않다'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미국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전후에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 방안)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라크전 후인 6월 18일 미군이 사담 후세인 일행을 추적한다며 시리아 영내 약 40km까지 침투해 시리아군과 이라크 인을 포함해 80명을 사살했지만 시리아 정부는 단 한마디의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시리아의 입장에 대해 '실리를 위해 미국의 중동내 패권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국제전략연구소 '스트랫포'는 지난달 29일 "시리아가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언급했다.

서정민 중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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