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황교안 대행 권한범위, 국회와 합의해 결정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안착을 위한 급선무는 그가 어디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다. 황 권한대행이 관리권을 넘겨받은 나라 상황은 보통 엄중한 게 아니다. 두 달 가까이 방치돼 온 경제는 수출·투자·고용에 줄줄이 적신호가 켜졌고 안보 역시 북핵에 트럼프 변수까지 겹치면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복귀할 가능성이 큰 대통령을 기다리며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했다. 경제는 전문가인 이헌재 부총리에게 맡겨 불안을 잠재웠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할 확률은 희박하다. 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기까지 최장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불안과 불확실성의 강도가 12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다.

 따라서 황 권한대행은 고건 식의 소극적 행정에 그칠 수 없다. 그렇다고 강력한 권한을 휘두르기도 어렵다. 법적 권한은 그에게 있지만 국정을 이끌 정치적 동력은 국회, 특히 야당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황 권한대행은 이른 시간 안에 국회와 협의해 정책·인사권의 범위를 정해야만 국정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역사교과서·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 야당은 황 권한대행의 권한범위를 벗어난 사안들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정부·공공기관 인사도 같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런 만큼 황 권한대행과 정치권은 12일 출범한 여·야·정 협의체에서 속히 머리를 맞대 권한의 범위와 대상을 정해야 할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권력이양을 준비하는 과도정부 지휘자임을 자각하고 국회와의 협치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바란다. 야당도 그를 헌법에 의해 국정 권한을 부여받은 공식 책임자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사드·GSOMIA 등 이미 외국과 체결한 합의들은 번복하면 국익을 해칠 우려가 큰 만큼 황 권한대행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 인사 역시 황 권한대행의 고유 권한임을 인정하면서 협의하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