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는 불교제단이었다"|"위치·구조부적, 천문대는 따로"|당비문서 선도법사 위해 절 세워 별·해 관측한 사실확인|10년끈 "천문대" "제단"논쟁 새 국면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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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양 최고의 천문대」로 알려진 경주 첨성대 (첨성대)는 과연 천문대인가 아닌가. 첨성대가 틀림없는 천문대라는 견해에 이의를 제기해온 이룡범 교수 (동국대 특별명예교수·동양사)가 최근 자신의 학설에 새로운 사료를 보강함으로써 10여년간 계속된 「첨성대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교수는 11일 출간된 동국대 개교80주년 기념논총 『불교와 재료학』 중의 논문 「속첨성대존의」에서 『천문관측을 하던 주 건물은 없어지고 제단이었던 부속구조물만이 현재까지 남아 첨성대로 불리고 있다』는 요지의 새로운 학설을 제기했다.
「첨성대 논쟁」은 지난 73년말 서울대사대 토론회에서부터 촉발됐다. 이 교수는 당시 논문 「첨성대존의」를 써서 첨성대가 위치와 구조상 천문대로선 부적합하며 불교식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79년 소백산 천체관측소 토론회, 81년 경주첨성대 현지토론회 등 대규모 토론회를 거치면서 크게 천문대설과 제단설로 양분돼 왔다.
첨성대가 과학적인 천문대라는 학설엔 전상운·박흥수·김선기·이동직·남천우·나일성씨 등이, 제단 또는 상징적 의미의 천문대라는 주장엔 박성내·김기협·이기동·송민구· 민영규씨 등이 참가했다. 특히 박성내·송민구·민영규씨 등은 첨성대가 불교의 우주관인 수미산을 본떠서 세웠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교수는 이번에 중국 당나라 강천대수 비문에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현 첨성대 외에 천문대 기능을 하던 주건물이 따로 있었다』는 새 학설을 제기했다.
강천대수는 도작의 정토학을 이어받아 정토종의 제3조로까지 추앙받는 선도법사의 제자 괴?으로 그 비는 섬서성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 비문에 의하면 당시 선도법사를 위해 지은 절이 한변 약15·6m의 사각기단에 13층으로 세운 웅장한 규모였으며 여기서 별을 재서 (담성) 하늘의 뜻을 헤아리고 해를 봐서 지켜야 할 일을 정하는, 즉 첨성대 역할을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수미산꼭대기에 있다는 절리천을 본떠 우뚝한 탑을 세웠으니 이는 곧 오늘날 경주 첨성대와 흡사했으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주 첨성대의 주건물은 없어지고 보조구조물만 남아 첨성대의 기능까지 현존구조물에 옮겨져 오늘날 마치 첨성대가 천문관측대로 믿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고 반문했다.
이 교수의 새학설을 계기로 「첨성대 논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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