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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미니스커트 판사의 법정 활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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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388쪽, 1만3500원

어느 조직이나 ‘사회의 축소판’을 자처하지만, 법원은 정말 그렇다. 부장판사와 좌·우배석 판사 3명으로 이뤄진 합의부에는 온갖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제발로 쏟아져 들어온다. 판사가 골방에서 조용히 골무를 끼고 사건 기록을 넘기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의 머릿속은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기록 속 인물들 때문에 복잡하기 짝이 없다.

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 있는 저자는 빼어난 관찰력과 수려한 문장력으로 법정 활극을 집필했다. 그동안 켜켜이 쌓아온 기억을 투영해 창조한 인물들은 사회 어느 곳에서 마주쳐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실감있다. 실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도 제법 있다.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불의를 보면 니킥을 날리는 박차오름 초임 판사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보다보면 법원도, 사회도 한발짝 더 깊게 볼 수 있게 된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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