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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Gallery] 빛나는 얼음왕국 하얼빈

중앙일보

입력

얼음조각은 아무리 인공적이라 해도 낭만이 있다. 얼음이 빚어내는 로맨스를 느끼기 위해서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국제빙설축제(hrbicesnow.com)만 한것이 없다. 1963년 시작돼 85년 공식화됐다. 현재는 마디에얼그룹이 하얼빈시 인민정부의 위탁을 받아 주관하고 있다. 주로 크리스마스부터 이듬해2월 말까지, 약 2개월간 지속된다. 일본 삿포로 눈 축제, 캐나다 퀘벡 윈터 페스티벌과 더불어 세계 3 대 겨울 축제로 꼽힌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헤이룽장성 성도인 하얼빈은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으로 친숙한 지명이다. 이 도시는 얼음 보석을 만들고 캐내기 위해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췄다. 1월 평균기온이 영하 19도를 밑돌고 건조한 대륙성 기후대에 속해있다. 보통 12월부터 하얼빈 도시 곳곳이 빙설 축제 준비에 들어간다. 얼음은 이 도시의 젖줄인 쑹화강에서 채빙한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쑹화강은 겨울이 되면 대형 트럭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 꽁꽁 얼어붙는다. 트럭이 강변에서 연이어 얼음을 실어 옮기는 모습도 재미난 볼거리다.

빙설 축제장을 꾸미는 데 동원되는 인력만 7000여명. 14일 동안 부지런히 움직여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다. 빙설 축제는 중국다운 규모를 자랑한다. 빙설 축제장 총면적은 75만㎡(약 22만평). 사용되는 얼음양만도 18만㎥에 이르며 눈은 15만㎥ 정도 사용된다. 1100여 개의 빙설 작품이 축제장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 전시된다. 조각가들에 의해 사람·동물·궁전 등 갖가지 모양으로 변신한 얼음조각은 화려한 조명을 입는다. 매년 100만 명 이상 국내외 관광객이 환상적인 경관을 보러 이 얼음 왕국에 발을 들인다고 한다.

사실 얼음과 조명의 만남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하얼빈 빙설 축제의 명물은 따로 있으니 이름 하여 ‘다이아몬드 더스트(Diamond dust)’. 무송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얼어붙은 수증기 알갱이를 가리킨다. 신기하게도 다이아몬드 더스트는 공기 중에 떠다닌다. 마치 하늘의 별이 눈앞에 있는 듯한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겨울 추억이라 할 수 있다. 얼음 결정이 공기 중에 부유하는 세빙 현상은 영하 10도 이하의 지역에서만 관찰 가능한데 빙설 축제 기간이면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굳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을 마다하지 않고 하얼빈을 찾는다.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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