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세계일주를…|김기창·오승우·김형근·이규선씨 초대 세계 곳곳에서 스케치한200여점 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구촌 여러나라 사람들의 모습과 생활상을 담은 「세계풍물 스케치전」이 8일부터 28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린다 (중앙일보주최).
호암갤러리는 개성있는 화풍으로 독특한 자기세계를 구축해온 김기창·오승우·김형근· 이규선 화백 등 원로·중진 동·서양화가 4인을 초대, 그들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스케치한 작품 2백여점을 선보인다. 「세계풍물 스케치전」은 이들 4인의 화가가 각자 보고 느낀 지구촌의 아름다운 정취를 생동감있게 묘사한 원색의 제전이다.
스케치여행을 가장 많이 한 한국의 대표작가 4인이 펼치는 「화폭세계 일주」는 현장에서 받은 인상을 극적으로 재구성, 신선한 감동을 주는 풍물화의 퍼레이드. 현장감과 강렬한 표현력을 돋우기 위해 현지에서 직접 스케치한 작품과 여행사진을 함께 전시, 유럽·아프리카·남북아메리카·동남아시아·남태평양 등 세계풍물의 이채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운보 김기창화백은 바람처럼 거칠게 달리고, 남계 이규선 화백은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스케치했다.
운보의 예술은 힘이 넘치는 운필에서 그 독자성이 평가되지만 스케치에서도 넘치는 힘의 운필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스케치전에는 운보의 소박하고도 거친 자유분방한 필치가 더욱 새로운 현장성을 나타내고 있다.
남계작품은 대상의 요약과 스며드는 선영의 여운있는 처리가 한결 돋보이고 이국적 정취의 섬세한 포착이 눈길을 끌게 한다.
암시적 선획에 의한 직관적 대상파악과 여백의 공간설정에서 동양화 특유의 자연스런 맛을 내고있다.
먹과 채색의 어우러짐이 스케치 작품에서도 그대로 살아나 생동감을 더해준다.
김형근 화백의 스케치는 단순히 신기한 풍속과 풍경을 좇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특유의 문물을 녹여낸 문화사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섬세하면서도 가라앉은 톤으로 처리한 화면은 보는 이에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감흥을 안겨준다. 오승우 화백의 아프리카 풍물은 새로운 것들이어서 우리에게 묘한 감회를 자아내게 한다.
태양이 작렬하는 아프리카는 원색의 난무가 회화적 소재로 잘 요리되고 있다. 오 화백은 스케치작품으로 생동하는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숨결을 문명에 씨든 현대인에게 공급, 청량제 역할을 해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