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학생 성폭행 후 버스로 납치한 20대 징역 12년 선고

중앙일보

입력

대낮 주택가에서 귀가 중이던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뒤 버스에 태워 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8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최모(24)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최씨에게 신상정보 공개 10년과 위치추적장치 부착 20년을 각각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 여학생을 흉기로 협박해 강간하고 다시 흉기로 위협해 버스에 태워 감금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더욱이 동종범죄로 누범 기간인데도 다시 범행을 저질러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어린 피해자의 정신적인 충격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백하고 범행을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26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특수체포·감금,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등 4개의 혐의를 적용해 최씨를 재판에 넘겼다.

수사 결과 최씨는 지난 9월 2일 오후 2시쯤 서울 중랑구의 한 주택가에서 A양을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했다. 당시 A양은 오후 수업을 하기 전에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잠시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최씨는 이어 A양을 납치하기 위해 흉기로 위협해 서울에서 자신의 집 근처인 남양주 방향으로 가는 광역버스에 함께 탔다. 당시 최씨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가슴 속에 흉기를 감추고 A양과 몸을 밀착한 상태로 앞문을 통해 대담하게 버스에 탑승했다.

최씨는 승객의 눈에 덜 뛰는 버스 뒷자리로 A양을 데리고 가서 나란히 앉았다.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최씨가 줄곧 흉기로 위협해 A양은 주위 승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당시 버스에는 5∼6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지만 아무도 A양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버스가 약 1시간을 달려 오후 3시50분쯤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 정류장에 멈추는 순간 A양에게 마침내 탈출할 기회가 왔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최씨가 버스 뒷문 쪽으로 A양을 끌고 내리려 했다. 그 순간 A양이 버스 기사가 있는 앞쪽으로 급히 도망치면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다. 다급해진 최씨는 그대로 버스에서 내려 달아났다. 그제야 사건을 알아차린 승객들은 “강도야”라며 소리쳤다. 운전기사와 승객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최씨와 A양이 머리만 보인 채 버스 뒷좌석에 같이 앉아 있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최씨의 신원을 바로 확인했다. 버스에서 내린 최씨는 남양주시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의 승용차를 몰고 강원도 속초 쪽으로 달아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즉시 강원지방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최씨는 이틀날인 3일 오후 5시40분쯤 강원도 속초의 한 도로에서 뒤쫓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중앙선을 넘어 차를 몰다 반대편 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최씨는 차에서 내려 또 다른 차량을 훔쳐 달아나려다 실패했다. 이어 100여 m를 도망쳤으나 뒤쫓아온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수사에서 최씨는 고교를 중퇴한 뒤 직업 없이 지냈으며, A양과는 전혀 모르는 관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7년 전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도 드러났다. 최씨는 당시 초범이라는 이유로 위치추적장치 부착 처분은 받지 않았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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