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사르코지’ 발스, 프랑스 대선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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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마뉘엘 발스 총리. 발스 총리는 5일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올랑드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파리 로이터=뉴스1]

지난달 30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마뉘엘 발스 총리. 발스 총리는 5일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올랑드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파리 로이터=뉴스1]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가 5일(현지시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불출마 선언으로 ‘공석’이 된 집권 사회당의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6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후임으로는 베르나르 카즈뇌브(53) 내무장관이 임명됐다.

안보·이민엔 단호한 입장 취해
총리 취임 뒤 당 ‘우클릭’ 주도

발스는 5일 자신이 11년간 시장으로 지낸 파리 근교의 에브리 시청에서 “나에게 너무 많은 걸 준 프랑스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가 아닌 극우정당의 마린 르펜 대표가 1·2위를 다투는 결선투표로 진출할 가능성을 인정하며 “극우가 권력의 문 앞까지 진출했다. 함께 이네들을 밀어내자”고 호소했다.

그는 한때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다. 올랑드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동반 추락했지만 말이다. ‘사회당의 사르코지’란 별명에서 드러나듯, 사회민주주의적 경제 정책에다 단호한 안보·이민 스탠스를 결합해왔다. 2012∼2014년 내무장관 재임 시절, 공공장소에서 머리부터 발목까지 가리는 이슬람 베일인 부르카 착용을 엄격히 금지한 게 그 예다. 2014년 3월 총리가 된 후엔 ‘우클릭’을 주도, 사회당의 대표적 정책인 주 35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노선은 전통적인 지지자들을 양분해왔다. 그는 비판을 의식한 듯, “말을 가혹하게 했는지 몰라도 난 당의 위계를 따랐다”고 했다.

‘프랑스가 나에게 너무 많은 걸 줬다’는 그의 말이 암시하듯, 그는 프랑스 태생의 프랑스인은 아니다. 1962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스페인 화가 아버지와 스위스·이탈리아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0대 때 가족들과 함께 프랑코 독재 정권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했다. 20세에야 프랑스로 귀화했다.

1월 하순 치러지는 사회당 대선 경선에 그 외에도 아르노 몽트부르 전 경제장관,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 등이 10여 명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사회당에서 누가 나서도 결선 투표엔 진출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다. 설령 그가 사회당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그 앞에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다는 얘기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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