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활용 '땅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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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원이냐, 외국인 타운이냐, 민간 매각이냐.

지난달 24일 한.미 양측이 2006년 말까지 용산기지를 한강 이남으로 이전키로 합의한 가운데, 용산부지(83만여평)의 활용 방안을 놓고 정부 부처와 서울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공원 조성해 시민 품으로=이명박(李明博)시장은 지난 1일 KBS-1 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 이전 부지에 숲과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용산기지가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 만큼 편의시설로 시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또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서울시가 이 지역을 공원 부지로 묶어버리면 다른 시설물이 들어갈 수 없다"며 "용산기지 내 미군 잔류부대의 위치가 확정되면 내년부터 공원 조성계획을 수립, 2006년부터 공원 조성을 위한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용산 부지에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은 자연 휴식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1989년 처음으로 공원 조성 구상을 밝혔으며 91년에는 '민족공원(가칭)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올 4월 초 2020년을 목표로 발표한 '202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도 이 지역을 북한산~남산~관악산을 잇는 중간 녹지축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용산 부지는 국가 소유이므로 공원을 조성하려면 부지를 시가 매입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활용해야=산업자원부는 최근 "외국인 투자 유치 활성화 차원에서 용산 기지 내 일부 지역에 외국인 학교와 병원 등 외국인 생활 타운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지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국인들의 생활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학교시설은 자연녹지에도 설립 가능한 친환경시설이므로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며 외국인학교 추가 건립을 촉구했다. 현재 용산 미군기지 안에는 7천5백평 규모의 서울미국인학교와 메릴랜드대 분교가 있다.

또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용산기지 이전 및 미2사단 이전배치와 관련, "주한미군으로부터 1천2백만평의 부지를 환수 받는 대신 오산.평택지역에 새로 5백만평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며 "반환받는 토지를 매각해 미군에 제공할 새 토지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용산 부지를 매각하면 기지 이전에 대한 비용 부담(30억달러, 약 3조6천억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 부처의 견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용산 부지에 외국인 생활 타운이 들어설 경우 반미감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고 부지를 일반에 매각하면 난개발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경제부처 장관들과 서울시장 등이 참여하는 '용산계획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타당성 검증 및 개발계획 마련에 착수할 방침이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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