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하루 1400장, 생애 첫 연탄 배달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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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진

하루 4장, 아껴 때면 3장 반으로 방 한 칸을 데울 수 있다. 요즘에도 연탄 쓰는 집이 있을까 싶지만 밥상공동체복지재단과 연탄은행이 2014년 조사한 결과 100가구 중 0.84가구는 연탄에 의존하고 있었다.

연탄 난방은 빈곤의 상징이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연탄난방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연탄 사용 가구 82.9%가 비닐하우스 같은 무허가 건물이었다. 서울에서 연탄 때는 5193가구 중 노원구가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연탄값은 다른 난방 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 해도, 장당 500원에서 573원으로 올들어 14.6%가 올랐다. 저소득층에겐 부담이 적지 않다. 또 교통의 편리함과는 거리가 먼 달동네, 쪽방촌 등이라 배달료 부담도 만만찮다.

워밍코리아 청년위원회가 주최한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가 지난 11월 19일 노원구 상계동에서 열렸다. 생애 첫 연탄 배달 봉사에 동참해봤다.

연탄 배달 장소로 오르는 봉사자들.

연탄 배달 장소로 오르는 봉사자들.

집합 장소인 상계 3, 4동 주민센터까지 지하철을 타고 1시간 30분 가량 걸려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봉사자들은 두 줄로 우리가 연탄을 배달할 장소로 이동하길 기다렸다. 봉사자들은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대부분이었고 총 120여 명이 모였다. 연탄 배달 장소는 오르막길이 많은 주택가였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힘들 연탄 배달을 생각하며 미리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우비와 목장갑을 착용한 후 본격적으로 연탄 배달에 나섰다. 첫 연탄 배달은 가장 가까운 집부터 시작했다. 한 줄로 나란히 줄 서서 한 가구 당 연탄 200개씩 나르는 작업이다.

연탄 한 장 무게 3.3kg. 처음 들어보는 연탄은 예상보다 더 묵직해서 금방 팔이 후들거렸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가며 200개의 연탄을 나르는 일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봉사자들은 수다를 떨며 즐거운 분위기로 연탄 봉사에 임했다.

3~4 가구 정도의 연탄 창고를 채우고 나니 하얗던 우비와 목장갑이 연탄 가루로 새까맣게 변했다. 어차피 버린 몸, 장난끼 가득한 봉사자들은 서로의 얼굴에 탄가루를 묻혀주기도 했다.

워밍코리아 청년위원회에서 봉사자들에게 점심으로 오뎅과 김밥, 귤을 제공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다시 연탄 배달을 시작했다. 마지막 일곱번째 집에 배달을 할 때 즈음엔 다들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모두 마지막까지 힘을 내 무사히 연탄 배달을 마쳤다.

이 날 나른 연탄은 총 1400개. 연탄 배달을 하고 난 뒤 힘들고 피곤했지만 그만큼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이웃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함께 연탄 배달 봉사에 참여한 친구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연탄 나르기 봉사에 참여한 숙지고 1학년 김유림, 이수연 학생.

연탄 나르기 봉사에 참여한 숙지고 1학년 김유림, 이수연 학생.

"부모님이 연탄 배달은 힘든 일이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한 번이라도 도전해보고 싶어 2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죠. 우리 집 근처와는 사람 사는 풍경이 많이 달랐어요. 아직도 서울에 이렇게 경제적으로 힘든 이웃들이 많다는 걸 느꼈죠. 힘들었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열심히 옮긴 만큼 기뻤어요." 김유림(숙지고 1)

"연탄을 나르는 도중에 어르신들이 힘내라는 말씀과 함께 인사를 해주셨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이웃의 온정이 정말 좋았어요. 연탄을 나르면서 모르는 봉사자들의 긴 줄은 꼭 뱀 같아서 연탄이 어디로 보내지는지 궁금하게 했어요. 하지만 궁금함도 잠시, 다음 연탄은 이미 내 손에 들어오고,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채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반복했죠. 연탄을 떨어뜨릴 뻔했던 걸 생각하면 심장이 쫄깃해지네요. 인사를 해주신 어르신들, 함께 연탄을 나른 봉사자들, 웃으며 어묵을 손에 쥐어주신 개최자분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느꼈어요. 이 모든 따뜻함을 담아서 올해 겨울 아무 탈 없이 잘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이수연(숙지고 1)

글·사진=김예진(숙지고 1) TONG청소년기자, 사진 제공=안현준
도움=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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