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거진M] ‘동네 누나’처럼 친근하고 터프한 캐릭터 이게 진짜 내 모습이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월 딸을 출산한 ‘중국의 여신’ 배우 탕웨이(37)가 멜로영화 ‘북 오브 러브’(원제 北京遇上西雅 2, 11월 30일 개봉, 설효로 감독)로 국내 극장가에 복귀한다. 남편 김태용 감독과 산후조리에 전념하고 있는 그에게 e-메일로 짧은 인터뷰를 청했다. 극 중 터프한 주인공 캐릭터와 귀여운 상상 속 인물 1인 2역을 소화한 탕웨이. 전자의 모습이 실제 자신 그대로라고. 이제 ‘진짜 탕웨이’를 만날 시간이다.

한국에서 탕웨이는 중화권이 배출한 할리우드 거장 이안 감독의 ‘색, 계’(2007), 김태용 감독과 백년가약을 맺은 계기가 된 한국영화 ‘만추’(2011) 등 진중한 작가주의 영화의 단골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 대중에게 그는 두말할 필요 없는 ‘톱스타’다. ‘중국의 여신’이라는 별명에서 짐작될 터다. 탕웨이는 중앙희극학원에서 영화감독론을 전공하고 미인 대회를 거쳤다. 그 후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색, 계’ 주인공에 발탁돼, 그해 미국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가 뽑은 ‘주목할 만한 전 세계 10인의 배우’에 이름을 올리는 등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북 오브 러브’ 탕웨이

탕웨이는 주로 ‘황금시대’(2014, 허안화 감독) ‘사랑:세 도시 이야기’(2015, 메이블 청 감독)나 홍콩 거장 두기봉 감독의 ‘화려상반족:오피스’(2015) 같은 묵직한 작품에 출연해 왔다. 하지만 대중적인 상업영화에서 소비되는 그의 이미지는 그보다 좀 더 친근하고 발랄하다. 지난해 중국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한 판타지영화 ‘몬스터 헌트’(라맨 허 감독)의 코믹한 전당포 주인 역할, 한국 배우 한재석이 출연한 중국 카레이싱영화 ‘스피드 엔젤’(2011, 마초성 감독)의 쾌활한 택시 운전사 역할 등이 일례다.
 탕웨이가 스스로 “평상시 내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톰보이’처럼 털털한 여성이 뜻밖의 상대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여정을 그린 몇몇 로맨스영화들은 그에게 ‘멜로 여신’이란 칭호까지 선사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설효로 감독의 ‘시절인연’(2013)이다. 국내 흥행 성적은 미미했지만, 미국에 원정 출산 간 ‘여신’ 탕웨이의 좌충우돌 연애담은 중국에서 약 860억원의 극장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북 오브 러브’는 ‘시절인연’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속편. 특히 설 감독에 대한 탕웨이의 신뢰는 대단하다. “전편을 촬영할 때 정말 즐거웠기 때문에, ‘북 오브 러브’는 제안받자마자 곧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할 정도다. “설 감독님이 제 실제 성격을 캐릭터에 많이 반영해 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탕웨이가 e-메일로 전해 온 얘기다.

‘북 오브 러브’의 주인공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고향을 떠나, 중국 마카오에서 카지노 딜러로 일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고독한 여성 지아오. 이 영화는 그가 『채링크로스 84번지』라는 책으로 인해 우연히 미국 LA에 사는 중국 남자 다니엘(오수파)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 틔우는 이야기다. 미국 뉴욕에 사는 가난한 여성 작가 헬렌 한프가 영국 런던 채링크로스가의 헌책방 직원 프랭크와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 낸, 실제 책에 얽힌 사연이 그 바탕이다. 여기에 세계 각지로 진출하며 외로움을 느끼는 중국 젊은 세대의 현실을 버무렸다. 이는 ‘색, 계’가 ‘중국의 항일 독립운동 정신을 폄훼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 의해 추방당한 후 홍콩 국적을 취득해야 했던 탕웨이 자신의 삶과도 겹쳐진다. 영화배우로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국인 신분으로 고향 땅을 밟아야 하는 처지는 그가 평생 짊어져야 할 상처다. 할리우드 멜로영화의 관습을 통속적으로 좇아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탕웨이의 ‘동네 누나’ 같은 친근하고 터프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지난 4월 ‘북 오브 러브’ 중국 개봉 당시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와 함께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탕웨이가 직접 부른 영화 주제가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뽐냈다. ‘영화에서 연기해 온 여성 캐릭터들처럼 실제로도 낭만주의자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제게 사랑은 ‘문화나 언어 장벽을 초월해 서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좋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가족이 되면서요.” 김 감독의 단편 ‘그녀의 전설’(2015)에서 엔딩곡을 직접 부르고, 틈만 나면 김 감독을 “자상하고 섬세한 남편”이라 칭찬하며 금실을 과시해 온 탕웨이. 출산 후 활동을 재개한 그가 김 감독과 다시 배우와 감독으로 만난다면 ‘만추’보다 더 해피엔딩인 영화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아직 그의 차기작은 미정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사진=퍼스트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