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조 세시기|다시 4·19 앞에|조주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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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날 칠흑을 뚫고 불길로 와 솟구치던
그 젊은 피의 빚깔 그 깃발의 서슬들은
굽이쳐 드푸른 강물로 그 어디쯤 흐르는가.
녹슨 기억을 쓸며 울먹이는 하늘을 보면
두 눈 부릅뜨고 핏줄에 와 닿는 낙화
낱낱이 화인을 찍으며 내 온 몸에 박히느니.
꽂샘바람만 하냥 헛말로 뜬 빈 산천에
들찔레 송이 떨기 그 몇 번을 울었는가
뜨거운 파편을 부둥켜 여윈 뼈로 오는 당신.
듣는가. 들리는가. 산하여 미투리여
억새가 목을 뽑는 저 산등을 가로질러
선연히 지축을 흔들며 한 마디로 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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