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영화천국] 보험 들고 찍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Q: '낭만자객'이라는 영화의 배우.스태프가 촬영 중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 찍을 때 부상이 잦은 편인가. 배우들은 부상을 대비해 각자 보험을 드는지 궁금하다.

A: '매트릭스2-리로디드'에서 스미스 요원을 연기한 휴고 위빙은 한 인터뷰에서 "2편을 찍으면서 다치지 않은 주연은 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는 슈퍼 하이퍼 울트라 초절정 발차기인 '스콜피언 킥'을 연습하던 중 다리가 부러졌고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목을 다쳤다.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도 손목 인대가 늘어나 6주 동안이나 석고 붕대를 감고 다녔다.

이처럼 액션 영화와 부상은 뗄래야 뗄 수 없다. 배우들도 액션 영화 찍으면 어디 한 두 군데 다치겠거니 각오를 한다. 그래서인지 남자 배우보다 상대적으로 더 '몸이 보배'인 여배우들은 액션 영화 출연에 소극적인 편이다. 그들에게 트리니티의 필살기인 '오토바이 타고 고속도로 역주행하며 광란의 질주하기'나 '건물 꼭대기에서 거꾸로 떨어지며 사뿐히 착지하기'에 도전한다는 건 만용으로 비칠지 모른다.

그래도 터부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 지난해 말 중국에서 무협액션 '천년호'를 찍던 김민정은 말에서 내리는 장면을 찍다 발목 인대가 끊어져 끝내 도중하차했다.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의 신은경이 각목 파편에 눈을 맞아 크게 다친 건 유명한 사건이다.

이렇게 부상 잘 날 없으니 영화사마다 촬영 시작 전 보험은 꼭 든다. 감독과 배우 최성국 등 일곱명이 양수리 세트에서 떨어지는 큰 사고를 겪은 '낭만자객'도 사망시 1인당 최고 5천만원, 사고시 2백만원을 지급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했다. '조폭 마누라2'도 1억원까지 보상하는 보험에 들어 있었다. 위험한 액션 연기를 대신 하는 스턴트맨은 보험 가입을 거부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마를렌 디트리히의 다리나 소피아 로렌의 가슴처럼 국내 배우가 신체 부위별로 보험을 든 사례는 3년 전 1백만달러짜리 다리 보험에 가입한 탤런트 이혜영말고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배우는 아니지만 마리아 칼라스도 성대 보험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자신 있는 부위는 생색 내가면서 보호하겠다는 취지? 그렇다기보다 보험 가입으로 '이 분야 최고'임을 공인받겠다는 속셈에 더 가까워보인다. 언젠가 우리도 '전지현, 5억원짜리 머리카락 보험(더 정확히는 머릿결 보험)가입'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