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전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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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주「레이건」대통령은 모스크바에 신축중인 미대사관 건물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1억6천7백만달러를 들인 이 8층 건물이 현대의 첨단기술을 총동원한「도청 전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주 뉴스위크지는 소련측이 이 신축건물 안에 도청장치를 어떻게 설치했는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선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전화도청이다. 이것은 전화선을 빌딩안의 케이블이나 전화기 자체에 연결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전동타이프라이터. 타자기 속에 도청장치를 넣으면 타자수가 문자를 칠 때마다 코드화된 전기신호로 바뀌어 발사, 즉시 다른 곳에서 똑같은 내용이 타자되어 나온다.
컴퓨터도 도청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컴퓨터 메시지는 특수전자 도청장치나 또는 컴퓨터가 작동할 때 발사하는 전자기양을 캐치하는 방법으로 도청한다.
그러나 이같은 도청장치는 그것을 설치하기 위해 상대방의 보안구역에 들어가야 하는 위험이 항상 따른다.
이런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것이 레이저 광선이다. 이것은 건물 밖에 트럭 한대만 세워 놓으면 건물안에서 말하는 소리까지 다 엿듣는다. 소리의 파장이 창문에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 창문에 레이저 광선을 쏘면 방안의 대화가 고스란히 재생되어 나온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그래서 미대사관 직원들은 말할때 수도물을 크게 틀어놓고 속삭이거나 필담을 하기도 한다. 이러다간 멀지않아 수화가 등장할지도 모를일이다.
그러나 도청장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소형 카메라를 복사기 속에 설치하여 카피내용이 모두 사진찍혀 나오는가 하면, 어떤 것은 아주 가느다란 실로 되어 있어 카피트나 커튼을 짤때 그 속에 넣고 정교하게 짜기 때문에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카피트와 커튼을 X광선으로 정밀검사를 해야만 발견할 수 있다.
최신의 도청장치는 손톱크기만한 것도 있어 건축자재 어느 것에도 쉽게 넣을수 있다. 건물 내벽의 시멘트 벽돌 속에도 들어 있고, 철재빔이나 창틀 속에도 은밀하게 숨겨 놓는다. 심지어 구두를 수선할때 구두 뒤창 속에 슬쩍 집어넣기도한다.
미국의 첨단기술로도 이같이 지능적이고 고도화된 도청기술을 방지하기는 불가능한 모양이다. 병(도청)이 약(방지)보다 한발 앞서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마치 우주개발때의 관심과 정열로 새로운 도청방지장치를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열사람이 도둑하나 못지킨다』는 우리 속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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