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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단 한순간도 사익 추구 안해” 제3자 뇌물 혐의 벗어날 방어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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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3차 대국민 담화는 예고 없이 갑자기 열렸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1시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박 대통령이 오후 2시30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고 알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시점을 고심하고 있었는데 야당이 이번 주 금요일(12월 2일) 탄핵안 표결 방침을 굳혔기 때문에 급하게 회견을 잡았다”고 말했다.

대통령 “가까운 시일 내 경위 설명”
청와대 “2일 탄핵 굳어져 급히 회견”

박 대통령은 이날 앞선 두 차례 담화에 비해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일로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다 해도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 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 탄핵안을 의식한 듯 최순실씨의 비위 행각과 자신은 무관함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며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논리는 최근 자신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밝힌 입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향후 특검에서도 이런 방어논리를 펴면서 ‘제3자 뇌물혐의’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청와대 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청와대 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청와대는 이날도 회견에 앞서 박 대통령과 취재진의 일문일답은 없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4분10초가량의 담화를 마친 뒤 퇴장하려 하자 일부 기자가 “최순실씨와 공범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등 예정에 없던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아까도 말씀드렸 듯이 가까운 시일 내에 여러 가지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리겠다. 그때 질문해 달라”며 양해를 구한 뒤 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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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례 홍보수석은 “오늘은 정치적 입장 내지는 향후 일정에 대해 얘기를 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나 전반적인 것에 대해 토론 내지는 질의응답 시간을 조만간에 가질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박 대통령이 문 답을 포함한 4차 회견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글=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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