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메조소프라노 조수경양|국제 성악계 "신데렐라"로 등장|"신이 내려준 목소리"격찬 카라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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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파리=홍성호특파원】 성악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해마다 수백명씩 그 본고장인 이탈리아를 찾아오지만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경우란 매우 드물다.
천부의 재능과 이를 갈고닦는 노력, 그리고 사계의 대가들에 의해 발굴되는 행운이 함께해야 스타덤에의 입문이 가능하다.
요즘 유럽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시작한 메조소프라노 조수경양(24·로마체재중)은 그런 모든 조건을 갖춘 세계 성악계의 신데렐라로 꼽히고 있다.
한국무대에서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조양은 지난해 8월 이탈리아의 베로나 슈퍼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한 이래 파리의 라디오 프랑스 무대, 앙텐2-TV, 서독함부르크시립 오케스트라협연, 「폰·카라얀」과의 레코드취입을 위한 리허설 등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조양이 갖고 있는 91년까지의 스케줄은 그녀가 이미 세기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임을 말해준다. 오는 5월 이탈리아 제노바시에서의 『리골렛토』공연과 밀라노 국영방송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7∼9월의 프랑스 순회공연, 88년1월 라스칼라좌에서의 「요멜리」작 『세톤테』초연, 5월 「파바롯티」와의 『사랑의 묘약』공연과 제네바에서의 『마적』, 89년6월에는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머니와의 「바하」작 『H-Moll』에서의 주역 등.
이 가운데 특기할만한 것은 세계 최상급의 오페라좌인 라 스칼라좌에서의 공연. 조양은 이 무대에서 지금껏 한번도 공연된 적이 없는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요멜리」의 작품 『세톤테』에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 「루치아나·세라」와 함께 주연으로 서게 되며 뒤이어 같은 무대에서 테너의 1인자라고 불리는 「파바롯티」와 『사랑의 묘약』을 부를 예정이다.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 조언호씨(49·바인 오버시즈사 대표·서울 강남구 서초동)와 시를 쓰는 어머니의 2남1녀중 맏이자 외동딸인 조양은 국민학교때부터 성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81년 수석입학한 서울대음대 성악과를 2년 다니다 83년초 이탈리아에 자비유학, 로마의 국립음악학교인 산타체칠리아에서 수학했다. 『신이 내려준 목소리』라고 조양을 격찬한 「카라얀」옹은 자신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그로 조양을 초청, 레코드취입을 위한 리허설을 함께 가졌고 89년6월로 예정된 베를린 필하머니의 「바하」작품공연에 주연으로 발탁했다.
그녀의 무대를 지켜본 이탈리아·프랑스·서독의 평론가들은 조양이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벨칸토창법을 완전무결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조양의 밝고 윤기있는 목소리는 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독보적인 수준이다』 또는 『재기가 넘쳐흐르는 영혼의 소리』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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