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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의 아하, 아메리카] “미군 주둔비 협상, 나토 기준 땐 한국보다 일본에 더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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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트럼프 캠프 국가안보담당 고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국가안보 분야 국장으로 활동했던 제프리 고든 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의 주둔 비용 분담과 관련, “한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쓰고 있어 1%대를 쓰는 일본에 더 압력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한국 2.6%, 일본 1.0%다.

고든 전 대변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본지·JTBC 단독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국방 예산 기준은 2%인데 (이에 비하면) 한국은 상당한 몫을 내는 최상위 동맹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국들이 미국처럼 몫을 부담하기를 원한다”면서 "당선인은 미국의 동맹국 및 한국·일본이 얼마나 (국방비로) 쓰는지를 보고받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상당 부분 기준에 맞춘 만큼 아시아에서의 초점은 분명히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든 전 대변인은 “한·미동맹은 결코 약화되지 않는다. 새 정부는 한국에 더 기여하도록 요청하겠지만 미국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고 양국은 서로에게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당선인, 동맹국 정당한 몫 분담 원해
한·일 국방비도 보고받아 알고 있어
한·미 동맹 결코 약화되지 않을 것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고든은 이달 중순까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그가 인수위에서 참전용사·국가안보 분야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고든 전 대변인은 인수위 활동은 비공개를 전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유럽 10여개국 대사들을 상대로 차기 정부의 대외 정책을 설명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어떤 스타일인가.
“(트럼프 후보 시절) 국가안보와 대외정책을 브리핑했는데 정말 똑똑했다. 그는 사업이 뭔지를, 거친 협상이 뭔지를 안다. 그래서 상식을 갖췄다. 그래서 일반적인 미국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찾아오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자신들과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표현대로 하면 상식의 정치인가.
“당선인은 현실주의적 관점을 갖고 있다. 경제에 관한 한 미국은 과거처럼 강한 나라가 아님을 당선인은 알고 있다. 미국은 최강의 군을 보유하고 있지만 20조 달러(2355조원)의 적자 상태에서 얼마나 지속할 수 있겠는가. 당선인이 자주 쓰는 비유가 공항이다. 당선인이 유럽·아시아를 다녔을 때 대단한 공항들을 봤다. 미국의 공항보다 더 좋았다. 미국이 안보를 도와주는 이 나라들이 사회간접자본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당선인은 (재정이 투입되는)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동맹국들이 정당한 몫을 내지 않는다면 미군 주둔을 유지하는 게 정말 어려워진다.”
한국도 주둔 비용 협상 대상인가.
“나토 기준(국내총생산(GDP)중 국방비 비율 2%)으로 보면 한국은 상당히 기준을 맞췄다. 당선인은 한국도 정당한 몫을 내는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국보다는 일본에 더한 압력이 갈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에 대한 입장은.
“정말 중요하다.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하는 기술을 확보하면 이웃나라만 아니라 전세계에 위협이다. 하와이·알래스카까지 타격권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전자기파(EMP) 무기를 쓰면 미국 서부와 중부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추는 게 정말 중요하다. 북한이 돈을 썼는데 결국엔 헛돈을 썼음을 알게 해야 한다.”
차기 정부 대외 정책의 방향을 알려 달라.
“당선인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 급진 이슬람이라고 본다. 강경화된 급진 이슬람의 이데올로기를 차단시키기를 원한다. 당선인은 동시에 이란 핵 합의 재협상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한다.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준 게 문제다. 이란이 핵을 개발하는 과정을 잠시 늦춘 것에 불과하다. 이란의 핵 개발은 사우디아라비아·터키로 이어진다. 전 세계엔 악몽이다. 다음으로 당선인은 러시아와 적대 관계를 완화하기를 원한다. 양국은 급진 이슬람이라는 공동의 위협이 있다. 우리는 중국이 한국·일본은 미국의 동맹 임을 분명히 알게 하고, 명확하고 일관되게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과도한 해역·공역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북핵 해법은 무엇인가.
“중국이 핵심이다. 중국 정부가 평양을 압박해야 한다. 제재가 없으면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또 한국 국민들이 민간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에 접촉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더 많이 한국은 형제임을 느끼고 북한 정권의 진실을 깨달을 수록 (한국에 대해) 더 유연해진다. 북한을 평화적 해결로 이끌기 위해선 (남북간) 인적 교류가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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