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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촛불집회] "하야하려고 하얀 눈오나"…충북 청주에서 1500명 시민 촛불집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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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26일 오후 1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26일 오후 15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26일 박근혜정권퇴진 충북비상국민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부터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 입구에는 주최측 추산 1500여 명(경찰 추산 700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측은 이날 상경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3일전부터 집회 소식을 알렸다. 올 겨울 첫 눈이 내린 청주 집회 현장에서 주최측 관계자가 “오늘 하늘에서 마침 눈이 왔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이)‘하야’ 하라고 ‘하얀 눈’이 내리는 것 같다”며 운을 띄우자 많은 시민들이 “옳소”라며 환호했다.

시국 발언자로 나선 정구원(48)씨는 “춘천 모 국회의원이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망언을 했는데 이 자리를 보니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번지는 것 같다”며 “날씨는 춥지만 집회에 나선 시민들의 가슴에는 꺼지지 않는 촛불이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세광중 3학년 황영서(15ㆍ사진 윗줄 왼쪽 첫번째)군과 친구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해 주최측 구호에 맞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종권 기자

세광중 3학년 황영서(15ㆍ사진 윗줄 왼쪽 첫번째)군과 친구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해 주최측 구호에 맞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종권 기자

집회에는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초등학생 아들 2명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박민구(37)씨는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고 민주주의 현장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촛불 집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촛불집회에 꼭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세광중 3학년 황영서(15)군은 “기말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옷도 사고 저녁식사를 하러 나왔다가 집회에 참석했다”며 “특혜가 얼룩진 세상이 아닌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고 했다.

김모은(36·여)씨는 “대한민국이 순실공화국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순실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순실에게서 나온다는 노래까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헌법이 보장한 우리 권력을 강탈한 위정자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고수진(26·여)씨는 “경쟁은 더 치열하고 불공정한 백태가 판치는 상황에서 책상 앞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며 “나쁜 사람들이 더 잘살게 되는 세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 훗날 우리 자식들을 위해 또 누군가의 아바타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집회 현장을 찾은 회사원 박민구(37ㆍ사진 가운데)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최종권 기자

초등학생 아들과 집회 현장을 찾은 회사원 박민구(37ㆍ사진 가운데)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최종권 기자

한 중학생은 “청와대가 마트냐. 대통령이 1+1이게. 박근혜는 비아그라가 아니고 하야하그라”는 재치있는 발언으로 청충의 이목을 끌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시국발언 이후 “박근혜 퇴진하라”란 구호를 외치며 성안길을 행진한 뒤 자진 해산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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