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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는 권력 과시하는 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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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상에서 가장 큰 집
구본준 지음
한겨레출판
280쪽, 1만4500원

신전·궁전 같은 인류의 주요 건축은 많은 사람을 수용하고 장엄함을 드러내야 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건축에서 그 길이는 높이 못지않게 강력하다. 길게 늘어선 기둥을 주목하는 것도 이를 구현하는 핵심 디자인이라서다. 고대 이집트 장제전과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에서 출발한 그의 이야기는 세월과 함께 길이를 늘려간 종묘의 독특한 장엄함으로, 일본 이세궁전의 놀라운 다시 짓기로, 중국 자금성의 잔혹한 위용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 권력을 과시하는 극장 역할을 한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과 독일의 총통 관저 얘기 등까지,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물 흐르듯 오간다. 그 바탕에 번득이는 건축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애정, 문화 다방면에 대한 박식함이 이 책의 초고를 남기고 2년 전 돌연 세상을 떠난 저자를 다시 그리워지게 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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