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생 논문 ‘셀’에 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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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인 유학생이 동물 세포의 분화 과정에 관여하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박사과정에 있는 이호준(32.사진)씨는 동물의 배아를 이루는 세포가 신경과 표피세포로 분화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시즐드(Sizzled)'라는 단백질을 처음으로 찾아내 12일(한국시간)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셀'에 실었다. 박사과정 5년차인 이씨가 이 연구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제1저자에 올랐다.

이씨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개구리의 배아를 사용했다. 수정 뒤 만들어진 배아는 분할을 거듭하며 외배엽.내배엽.중배엽 등 세 가지 배엽으로 나뉜다. 연구팀은 외배엽이 신경세포와 표피세포 등으로 분화하는 과정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조절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고, 그 단백질을 찾아내 시즐드라고 이름 붙였다. 시즐드는 분화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씨는 "멀리 떨어진 세포도 몇몇 단백질의 조직적인 조절 과정을 통해 분화가 철저하게 통제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피부질환 치료 등에 이용될 수 있다. 피부조직을 이루는 콜라겐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발생하는 수술 후 흉터나 몸이 굳는 섬유증 치료에 쓰일 수 있다. 서울대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친 이씨는 "황우석 교수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생명과학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만 유지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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