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최희섭·서재응은 안된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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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국내 프로야구 8개 팀 사장으로 구성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오는 11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아네테 올림픽 지역예선 및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에 최희섭.서재응 선수 등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대표로 뽑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병역면제 혜택은 '해외파'보다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외파들은 국내 야구 발전에 기여한 게 없다는 논리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는 몇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병역면제'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 올림픽 등에서 상위 입상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면제 혜택은 최선을 다한 뒤 따라오는 결과라야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논공행상이나 나눠먹기의 대상은 더더욱 될 수 없다.

경기력 외적인 요소를 고려해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를 배제한다는 것은 스포츠맨십에도 위배된다.

일관성도 결여됐다. 메이저리거는 안 뽑으면서 정작 일본에서 뛰는 구대성 선수(오릭스 블루웨이브)는 '일본전에 강하다'는 이유로 예외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엄연한 메이저리거에 대한 차별이다.

몇몇 야구인들은 프로야구 사장단이 '미국 야구'에 일종의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유망주들의 계속되는 미국 진출과 이로 인한 야구팬들의 관심 이동이 국내 야구의 인기와 흥행에 마이너스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눠먹기나 편가르기로는 결코 한국 야구의 수준이 높아지지도, 야구라는 전체 상품의 파이가 커지지도 않는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이룩한 한국 축구팀의 4강 신화도 안정환.설기현 선수 등 해외파가 가세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프로야구 사장단이 상기했으면 좋겠다.

김종문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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