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돈주고 입학했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건 어디 창피해서 견디겠어요. 마치 예체능계 대학생은 모두 돈주고 합격한 것 같디 않습니까?』 딸이 올해 E대 미대에 들어갔다는 한어머니는 애가 학교에 다니지 않으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 교수가 어디 흔히 있겠습니까. 한두명 있었는지는 모르지만….나도 교수지만 우리 애가 올해 두번째 서울대에 떨어져 다시 준비하고 있읍니다. 꼭내 얼굴을 보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S대교수라는 한 아버지는 몇안되는 상식 이하의 교수 때문에 얼굴을 들수 없다고했다.
현직교사와 강사가 예체능계대학 합격 보장금을 챙기고 유명배우가 거액의 돈을 사기당한 사건이 보도되자 이런 일과는 무관한 선의의 교수나 학부모들이 창피해서 못견디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시작한 김에 뿌리를 뽑아야한다는 반응도 계속되고 있다.
『빙산의 일각입니다. 공공연한 비밀 아닙니까. 올해만해도 꾸준히 미술공부를 해온 학생은 넷이 모두 낙방하고 겨울방학에 서울가더니 몇백만원 내고 특별과외 받은 아이는 합격했어요. 교사도 권위가 서야지 이래서야 되겠읍니까』 지방의 한 고교교사는 아직도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투의 항의를 하고 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예능교수가 된 것을 지금처럼 후회해본적이 없어요.
현행 입시제도로 부정입학은 불가능합니다. 몇몇 학원 브로커의 농간에 학부모들이 속아 피해를 당하고 마치 모든대학에서 이같은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요. 정확히 학교 이름을 적시해 다른 대학의 명예를 되살려 주어야 합니다』
문교부가 교수의 예능과의 단속을 지시하자 「창피하고 억울하다」 「끝장을 봐야한다」 는 상반된 반응은 더욱 극명히 대립되고 있다. 경찰이, 사회정화위원회가 손을 대고 관련자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진 뒤의 단속지시가 관련자들의 분노를 더 한층 자아내고 있다. 대다수 선의의 교수와 학생, 대학의 권위와 학부모의 승복을 얻어 낼수 있는 근본 대책을 문교부는 서둘러 생각해야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