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악화되는 신민당 내분|「6인위원회」는 사실상 당내당|총재 유명무실화 공동보조(주류측)|두김씨 강경에 버티기 작전(비주류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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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김 회동으로 수습국면에 접어드는 기미를 보였던 신민당의 내분은 23일 두 김씨 회동과 의원 총회 등을 계기로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김 회동으로 불화설까지 낳았던 김대중·김영삼씨는 23일 회동에서 『예외없는 단합』 을 강조하면서 두사람간에 이견이 없음을 천명하고 동교·상도동간의 협력기구로 6인위 구성에 합의했다.
양자회동은 또 이· 김합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발표됐으나 이것은 표면적인 문면상의 수용이고 그 내면에서는 이·김합의를 가장 극단적인 강경방향으로 해석함으로써 이· 김 합의로 이룩되는 것같았던 이민우총재와의 협력관계를 사실상 부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김영삼씨측이 이총재와의 협력보다 김대중씨와의 협조관계를 더 중시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삼씨측이 이와 같은 판단을 하게된 것은 전당대회와 당권문제에 대해 이민우 총재가 「전적인 협조」 를 약속하지 않은데 대한 불만의 표시이며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정국이 잘 풀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게된 때문인 것같다.
앞으로 주류측이 구성한 6인위는 개헌문제·당론 문제등을 모두 협의하게 됨으로써 사실상「당내당」의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총재단 회의·정무회의 등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동교·상도동 양측이 손발을 맞추면 이민우 총재의 지도력은 껍데기만 남게된다.
주류측은 이처럼 당을 확실히 장악하여 이총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징계강행으로 비주류에 압력을 강화해 나갈 작정이나 6인위 기능을 놓고 상도동 측은 김영삼 총재 추대로 몰고 나가려는 반면 동교동 측은 분당코스를 지향할 것으로 보여 여전히 간격은 있는 셈이다.

<완벽한 이견 해소 못해>
지난 17일의 이· 김회동 이후 보인 냉랭한 관계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차원에서 관심을 끈 23일의 김대중·김영삼씨 회동에서 두사람은 서로 『우리간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철승 의원 징계 문제 등 당면 현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해 완벽한 이견해소에는 미치지 못한 인상.
동교·상도동계에서 각각 3명의 정무위원으로 양측간의 협조를 긴밀히 유지하기 위한 6인위를 구성키로 했다는 요지의 합의사항을 김대중씨가 발표한 후 두 김씨는 기자들과 일문일답.
- 이철승의원 징계는 어떻게 하기로 했는가.
△김고문=그문제는 이미 언급한바 있기 때문에 더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당론을 위배하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 대통령 직선제 당론을 희석시키는 사람은 우리당에서 필요가 없다.
-이·김회동내용에 대해 김고문은 충분하다고하고 김의장은 미흡하다고 했는데 「충분」과 「미흡」 간에 격차가심한 것 같다. 어떻게 조정했는가.
△김고문=우리 두사람간의 기본적 생각에는 차이가 없고 또 서로 이해하고 있으므로 그렇게 꼬집어내 질문할 필요가 없다.
야권의 파괴를 위해 이정권이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하고있다.
이런 차원에서 양측 정무위원이 따로 모이지 않고 함께 모여 개헌정국 문제등에 대해 협력해 나가기 위해 6인위를 구성한 것이다.
- l지구당개편대회는 어떻게할 생각인가.
△김고문=6인위가 협의할 것이다.
-6인위는「김영삼 총재추대위」 의 성격도 갖는 것인가.
△김의장=개헌과 당운영 및 기타 필요한 문제를 6인위에서 다룬다는 것이다.
-3자회동은 안하기로 결론이 났는가
△김의장=그문제는 천천히 얘기하자
-김의장과 이총재는 언제 회동할 것인가
△김의장=6인위에서 논의할 것이다

<퇴진 의사 없음을 확인>
이총재측은 동교·상도동주류의 강경선회에 약간 낭패한 기색이지만 종래처럼 버티기 전술로 나갈 눈치 한 측근은 『이철승의원 징계문제는 당의· 절반 이상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처리해야 한다고 자기들은 입으로 떠들기만 하는데 혼자뿐인 이총재가 어떻게 하느냐』 고 주류측에 달렸다고 주장.
그는 『어느쪽에서 당을 자꾸 망치는 방향으로 나가는지는 잘 알수있지 않느냐』면서 『당이 분열되고 나눠지면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 빤하지 않느냐』 고 경고.
그러면서도 그는 『총재가 물러난다고 일이 해결될 성질이 아니지 않느냐』 고 해 이총재가 퇴진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분당마각 드러낸 것>
두김씨의 「주류쪽 6인위구성」발표가 있자 비주류 중도계 인사들은 『당속에 또하나의 당을 만드는것이냐』 『당을 동교·상도동계만으로 독선· 독주해나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것』 이라고 맹렬히 비난.
비주류쪽은 그동안 두김씨의 당운영 독주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반대하면서도 이철승의원징계및 이의원의 내각체발언등에 대해서는 다소 견해를 달리해왔으나 두김씨가 주류측의 6인위 구성으로 주류측에 의한 당운영 방침을 분명히 함으로써 반김연합전선 구축이 한층 촉발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함께 주류측이 이의원에 대한 징계처리에 박차를 가할 경우 이에 대응할 반김세력도 선명히 부각될 것으로 보여진다.
비주류측은『6위인 구성은 스스로 분당하겠다는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별도의 모임을 서두르는등 부산한 움직임.
한 관계자는 이총재의 선민주화론을 지지했던 구야 중진정치인과 현역의원 10여명을 중심으로 반김모임을 구성, 앞으로 전개될 주류측의 공세를 막고 공동보조를 취할 구심점을 형성할 것 이라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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