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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너무 높은 분이라 무서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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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태환

박태환

“무서웠다. 선수로서 앞으로 감당할 무게나 책임에 대해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

올림픽 포기 압력 행사한 의혹
김종 전 차관 만남 관련 심경 밝혀
“ 경기 집중 필요한데 생각 많았다”

‘마린 보이’ 박태환(27)이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리우 올림픽 출전 포기 압력과 관련해 21일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태환은 일본 도쿄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지난 5월 25일 김 전 차관과의 만남에 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뭔가 얘기를 나누기엔 너무 높은 분이었다”며 “무서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대학교수직이나 광고 스폰서 제안에 대해서는 “흔들림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올림픽에 안 갔을 것”이라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태환 측은 최근 김 전 차관이 박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올림픽 출전을 강행할 경우 각종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체육계에서는 김 전 차관이 자정 차원에서 금지 약물을 복용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태환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 줄 수 있다. (모교인)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며 회유를 시도했다.

박태환은 당시 정황을 묻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좀 힘든 부분이 있다. 긴장이 많이 됐다”며 “말씀하실 때 무서움을 많이 느꼈지만 선수로서 올림픽 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계속 듣기만 했다”고 답했다. 이어 “선수가 레이스에만 집중하고 최고 컨디션을 발휘해야 하는데 수영 외에 생각할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전날 도쿄 다쓰미(辰巳) 국제수영장에서 끝난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100·200·400·1500m 4관왕에 올랐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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