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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면세점 ‘깜깜이 심사’ 의혹 자초한 관세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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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남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하남현 경제부 기자

하남현
경제부 기자

면세점 사업을 하려면 정부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특허’라고 한다. 면세점 특허권을 거머쥐려고 재계 총수들은 사재까지 내놓는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향후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여전히 면세점 사업은 성장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5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올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괜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이런 이권을 나눠 주는 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 기관은 관세청이다. 기업 입장에서 관세청의 손에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이 달렸다. 그런데 관세청이 이런 권한을 가질 만한지 의심을 받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도덕성에 흠집이 갔다. 지난해 7월 관세청 직원이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 발표 이전에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불법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금융위원회에 적발됐다. 일부 직원의 일탈로 보기엔 관세청의 대응도 석연찮다. 관세청은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자체 조사를 벌여 불법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조사 결과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도 없었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더 큰 문제는 그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쌓여 온 관세청에 대한 ‘불신’이다. 항상 뒷말이 무성했다. 평가 점수, 심사위원 명단 등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심사’ 논란을 빚었다. 심사 공정성 논란이 일자 관세청은 향후 입찰자에 대한 평가 점수를 공개하기로 했다. 단 일각에서 주장하는 심사위원 공개는 로비 우려 등으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심사위원 공개 필요성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면세 특허 심사 시스템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차원에선 공개가 필수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음달에도 관세청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3곳을 선정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는 선정 이후 논란이 또다시 반복될 것 같다. ‘선정 연기론’도 나온다. ‘최순실 사태’ 여파 때문이다.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상황에서 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면세점 선정 때마다 잡음이 불거지면 “중요한 면세점업을 관세청에 맡겨도 되느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특허 심사를 관세청이 아닌 정부 합동기구에 위임해야 한다”(박지웅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는 주장도 있다. 관세청은 면세점 사업권을 부여할 만한 자격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권한을 내려놓는 것도 방법이다.

하 남 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