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의 창업 기업이 입주한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인천 도화동 제물포스마트타운 6~7층에 있다. 그런데 같은 건물 8~9층엔 또 다른 창업 지원 기관이 있다.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테크노파크)의 창업보육센터다. 14일 돌아본 테크노파크 보육센터는 썰렁했다. 두 개 층의 절반 가까이가 공실이다. 텅 빈 사무실이 많아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다. 회사 간판은 달려 있는데 사무 집기 하나 없이 텅 빈 곳도 있다. 어렵게 만난 테크노파크 입주 기업인이 들려준 민심은 차가웠다.
“실면적이 9평인 이 사무실을 공급면적이 22평이라고 주장하면서 한 달에 70만원 가까이를 받는데, 누가 들어올까요.” “창업 기업을 돕는다고 하지만 프로그램이 너무…. 창업 경험도 없는 사람이 멘토라며 뻔한 교육을 하질 않나.”
테크노파크 사업도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다. 1998년 설립돼 20년 가까이 이어 온 역사 있는 사업이다. 직격탄은 2년 전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란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든 것이다. 인천은 물론 각 지역의 테크노파크가 술렁였다. 혁신센터가 들어오는 지역은 테크노파크가 위치한 시·도와 정확히 일치했다. ‘지역의 창업 기업과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도 비슷했다. 혁신센터 설립 초기부터 중복 투자 논란이 빚어진 이유다.
테크노파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테크노파크와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혁신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의, 현 정부 역점 사업이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혁신센터에 돈이 몰릴수록 테크노파크는 소외됐다. 인천테크노파크 소속 창업 보육 기업은 70여 개. 이 기업에 연간 지원되는 돈은 올해 7800만원에 불과하다. 시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해엔 8000만원이 넘었는데 더 줄어들었다”며 “회의실을 지원하는 정도 외에 큰 도움을 못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테크노파크를 밀어냈으니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금쯤 화려한 시절을 맞고 있는 것일까. 기자들이 돌아본 전국 17곳 센터 중 상당수는 벌써부터 힘을 잃고 있었다. “입주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느냐”는 질문에 한 지역 혁신센터 관계자는 “원래 혁신센터가 가장 많이 창출한 일자리가 센터장과 멘토”라는 자조 섞인 농담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운영이 활기찬 일부 센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 센터는 곧 공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예산이 크게 깎였고, 센터장을 공모해도 지원하는 이가 없다. 혁신센터가 테크노파크처럼 잊힐 때쯤 그 옆에 다음 정권의 다른 전시행정용 기관이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두렵다.
임 미 진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