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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기업가정신 왜 중요한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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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가정신이라는 말이 언론에 더 자주 나옵니다. 기업가 정신이 뭐고, 경제 발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요?

불확실성에 도전·혁신…국가경제 키우는 핵심요소죠

A. 지난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세계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가 열렸어요. 각국 대표는 이 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위한 주요 동력으로 기업가정신에 대해 활발히 논의했답니다. 창업 지원서비스 강화, 기업가정신 교육·훈련 촉진 같은 내용이 담긴 ‘G20 기업가정신 행동계획’을 만들기로 했죠.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기회 찾는
모험과 도전이 경제발전 원동력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항저우 등
거대 스타트업 창출 도시도 등장

미국에선 전체의 80%인 40개 주가 기업가정신을 정규교육으로 선택했어요. 유럽의 초·중·고등학생도 학교에서 기업가정신을 배우고 있답니다. 한국 정부도 2018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2020년까지 초·중·고교 정규과목으로 도입할 계획이에요.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기업가정신을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업가정신이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에요.

기업가정신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높은 위험에도 주도적으로 기회를 포착하고, 도전하며 혁신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실천적 역량’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최초로 기업가정신을 학문적으로 접근한 미국 이론경제학자 슘 페터는 ‘새로운 사업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치며 기업을 키우려는 뚜렷한 의지’라고 정의했어요.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인이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하면서 경기가 순환된다고 했어요.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 해당 국가의 경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거에요.

미국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도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고 정의했어요. 기업가정신과 혁신은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거죠. ‘기업가정신만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어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볼게요. 기업가정신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미국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55만개의 중소기업이 탄생했죠. 이미 10년 전 석·박사 과정이 있는 대학(888개)의 90%가 기업가정신에 대한 학위 과정을 만들었답니다. 기업가정신 관련 학술지 44개, 연구소 150개가 있어요. 창업가들이 모여있는 실리콘밸리는 인텔·애플·구글·페이스북·트워터 등 세계인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킨 기업이 탄생한 곳이죠. 주변에 스탠퍼드대 같은 유명한 대학이 모여 있어 산학협력이 유리한 환경을 갖췄어요.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대학원생일 때 스탠퍼드대에서 자금과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받았어요. 스탠퍼드대는 학생들의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15년 전부터 기업가정신센터를 운영해왔어요. 교수들은 ‘5달러(약 5900원)로 2시간 안에 최대의 수익을 올려라’는 과제를 낸답니다.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죠.

요즘은 중국이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창업시장을 키워가고 있어요. 항저우는 알리바바라는 거대 스타트업을 창출하며 ‘기업가정신 도시’로 불리고 있어요. 지난해 3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대중창업, 만중혁신’이라는 기치를 내세웠습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창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있죠. 이는 벤처 창업과 투자 활성화로 이어졌고 지난해 중국 스타트업 규모는 82조6000억원으로, 1년새 3배 급증했어요.

인도 벵갈루루는 MS, IBM, HP 같은 세계적인 IT기업과 AZK, GSK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의 연구개발센터(R&D)가 들어서면서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려요. 7명의 청년이 모여 250달러(약 29만6000원)로 창업한 인포시스 같은 창업 신화는 벵갈루루를 중심으로 인도 전역으로 퍼지고 있답니다. 현재 42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보유한 인도는 미국·영국에 이어 세계 3위 창업 대국으로 꼽혀요.

핀란드도 만만치 않아요. 핀란드는 게임 앵그리버드와 클래시오브클랜을 만든 로비오, 수퍼셀 같은 세계적인 스타트업이 있는 나라죠. 핀란드의 대표 기업은 스마트폰 출시 전 세계 휴대전화 점유율 40%를 차지했던 노키아였어요. 노키아의 추락은 핀란드에 큰 영향을 끼쳤고 2009년 핀란드 성장률은 -8.5%를 기록했어요. 하지만 핀란드 경제는 2010년 3.3% 성장했고 이후 연 평균 2.1%의 성장률을 보였어요. 노키아를 떠난 수천 명의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면서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한 덕이에요.

한국은 어떨까요. 피터 드러커는 1996년 한국을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성화한 국가’로 꼽았어요.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을 거치며 산업적·교육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40년 만에 20여 개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에요. 안타깝게도 20년이 지난 현재,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해 ‘창업 세대의 역동적인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실 안주에 급급하다’고 평해요. 근거가 충분히 있죠.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가 지난 20년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실린 억만장자를 분석해보니 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한국 부자 중 상속으로 부자된 사람의 비중은 67개국 중 5위였어요. 자산이 1조 이상인 부자 중에서 상속자 비율은 74%였습니다. 반면 세계적으로 상속부자의 비율은 줄고 있고 한국의 절반 수준인 30%에 불과해요.

청년들 사이에서도 기업가정신이 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벤처기업 대표의 연령층은 40~50대가 80% 이상이었어요. 20~30대는 10%에도 미치지 못했어요.

암웨이가 올해 발표한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정신 보고서’에서도 한국 기업가정신의 위기가 보입니다. 2010년부터 매년 하는 이 조사는 올해는 45개국, 5만861명(만 18~99세)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한국에선 1500명이 참여했어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인의 평균 77%가 기업가정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한국은 68%에 그쳤어요. 사업을 할 준비가 됐다는 응답은 한국은 24%에 불과해 아시아 전체(38%)나 중국(49%)보다 낮아요. 창업을 위한 중요한 활동인 ‘직접 고객을 찾고 확보하는 것’에 대한 반응도 부정적이에요. 한국은 62%가 불편하다고 응답했어요. 세계 평균(37%)이나 아시아 평균(36%)보다 높죠.

경기 불황이 지속되자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진 거죠. 그래도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가 지난해 44점에서 올해 48점으로 약간 올랐다는 점에선 희망의 싹이 보이기도 합니다.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 핀란드처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진 틴틴 여러분이 도전과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아아겠죠?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

개인이 사업을 시작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3가지 요인을 분석해 수치화했다. 사업에 대한 도전 의향, 능력과 자원이 준비됐는지 판단하는 실현 가능성, 가족의 반대 같은 사회적 압박을 무릅쓰더라도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력에 대한 설문 응답을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2010년부터 독일 뮌헨공과대학 경영대와 함께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매년 11월쯤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45개국 5만86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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